죽음의 검은 바다, 태안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로 태안반도와 만리포·천리포 지역 양식장과 해수욕장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수면에 떠다니는 기름을 다 제거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바로 오일볼(Oil ball)이다. 기름 유출 사고로 생긴 기름띠가 수면 아래서 ‘오일볼’을 형성하기 시작해 2차 오염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

오일볼은 바다 위를 떠돌던 기름 덩어리가 표면이 굳어지면서 탁구공이나 야구공 크기로 굳어진 것을 일컫는다. 뭉쳐진 오일볼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거나 조류에 휩쓸려 이동하다 기온이 상승하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물 위로 올라온 오일볼은 햇볕을 받아 터지게 되고 오일볼의 최고 1만배 면적인 반경 수㎞까지 기름막을 형성해 2차 오염을 일으킨다.

이장훈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실장은 “오일볼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가 솟아오르는데 햇볕을 받아 터지면서 2차 오염을 일으킨다”며 “앞으로 수개월 또는 수년에 걸쳐 바다 속에 떠다니다 터질 것으로 보여 상당 기간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수습본부의 한 관계자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오일볼이 수면으로 올라와 터지기 시작할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오일볼 찌꺼기는 기름 에멀전(원유가 해상에서 수분을 흡수하면서 형성되는 암갈색 기름물)과 함께 바다 기름 유출 방제에서 처리하기 가장 어려운 부류다. 미생물에 의한 기름 분해 속도도 매우 느린 편이다. 게다가 수면 아래 형성된 오일볼은 서해의 빠른 조류 흐름을 타고 어디로 흘러 다닐지 몰라 현재로선 뾰족한 대책도 없다. 당국은 현재로선 오일볼의 규모가 얼마나 될지 파악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김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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