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0년 간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 A Gap in Nature

[#사진1]이 아름다운 책은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에게 바치는 애도의 노래이자 망각의 홍수 속에서 건져낸 종이로 만든 ‘노아의 방주’이다. 인간이라는 무시무시한 포식동물에 의해 지난 500년 간 지구에서 사라진 동물들이 다시 되살아났다. 살아 숨쉬던 그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전혀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아 몽둥이로 때려잡을 정도로 순했던 이들의 일대기를 생생한 화보로 다시 만난다.

야생생물 화가로 유명한 피터 샤우텐은 박제나 표본, 옛이야기들로만 전해지던 멸종동물들의 모습을 그 털끝 하나 발톱 하나까지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여기에 팀 플래너리는 그 동물이 사라지게 된 마지막 순간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적고 있다. 이들은 대개는 어떻게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는 멸종동물들의 일대기를 그 희미한 자취를 더듬어가며, 때로는 가슴을 치며 애통해 하며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멸종 연대 순서대로 멸종동물들의 학명과 분포지역, 마지막 기록도 함께 소개해 자료로써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인간이 사냥하기 위해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를 동료들이 부르는 소리인 줄 알고 몰려드는 도도나 하늘을 뒤덮어 어둡게 만들 정도로 큰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던 여행비둘기, 막대기로 때려잡을 만큼 순했던 흰쇠물닭들은 거짓이나 탐욕이 깃들지 않은 진실한 자연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인간의 오만함과 이기심으로 사라져간 동물들이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웠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500년 간 사라진 103종의 동물들
인류 역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멸종은 계속돼왔지만 인간이 지구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멸종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이 책은 유럽인들의 해외진출이 본격화된 지난 500년 동안 사라진 동물들을 대상으로 삼았고 그 중에서도 최근에 멸종됐다고 알려진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만을 택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멸종”에 대해
인간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을 파괴하기 시작한 이후 많은 생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갔다. 유엔 환경계획(UNEP)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의 총 생물 종은 약 3000만 종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인구증가와 야생동식물의 남획, 각종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해마다 2만5000~5만 종의 생물이 멸종되고 있다고 한다. 어떤 학자들은 21세기 안에 지구의 총 생물 종 가운데 약 절반이 멸종할 거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한 예로 35000년 전 폴리네시아인의 조상들이 태평양의 섬들로 이주하면서 새 다섯 종당 한 종이 사라졌다. 오늘날 전세계에 남아있는 새는 겨우 8000종에 불과하다.

500년 전만 해도 고원모아들은 뉴질랜드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 쌓인 눈을 밟으며 돌아다녔으며 거대한 스텔라바다소는 베링 섬의 얕은 바다를 헤엄치고 있었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날지 못하는 새 도도는 모리셔스섬에서 아직 번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옛이야기나 박물관의 표본 조각으로 남아있을 뿐 그 활기찬 야생의 호흡은 끊어진 지 오래다.

멸종된 동물들은 인간에 대한 경계심이 너무 부족했거나 인간에게 매력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사냥의 표적이 되거나 혹은 삶의 터전을 인간이나 쥐, 고양이 등에게 빼앗긴 경우가 많았다.

<최재승 기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