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민건강피해 조사 시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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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서 방진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호흡기 질환, 면역저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됐다.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의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한두시간만 복구작업 현장에 있어도 눈이 따갑고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들을 종종 느낄 수 있다. 원유에는 10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으며 벤젠, 톨루엔, PAH 등이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 주의 물질이라 할 수 있다.

톨루엔, 벤젠, 스타일렌 등 휘발성유기화합물은 두통, 구역질, 어지럼증, 피로, 방향감각상실 등 술 취한 것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고, 피부염·수포, 눈·호흡기 질환 등을 수반한다. 특히 벤젠은 잘 알려진 발암물질로 재생불량형 빈혈이나 백혈병을 야기할 수 있다.

1000종 이상 화학물 포함돼
2002년 12월 스페인 갈리시아 해안의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 사고의 방제 작업에 참여한 어부들은 방제작업 참여 1년 후 호흡기 질환 조사 결과, 하기도질환 유병율이 73% 높게 나왔다. 그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100% 이상 증가해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3일 태안군문화예술회관에서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서해 기름오염 사고 초기 대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이 발표됐다.

초기 건강영향 평가 필요
가장 많은 자원봉사자가 참여한 만리포해수욕장의 경우에도 절반 정도만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루이틀 일하고 가는 자원봉사자들은 그나마 나은 실정이지만 스페인의 경우에서처럼 앞으로 수개월을 방제작업에 참여하거나 앞으로 오랜 기간 기름 유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경우는 심할 경우 암까지 발생할 수 있는 것.

만성건강영향에 대한 자료는 극히 제한돼 있으나 호흡기계 질환, 면적저하에 따른 질환, 암 등이 발생할 개연성이 있고, 호흡기질환의 경우에는 1년 후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는 증거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사고 이후 지역 주민들이 대거 이런 환경에 노출되고 있으며 만성 건강 악화를 겪게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초기에 소변검사 등 간단한 확인작업을 통해 건강영향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벤젠의 경우, 소변채취로 오염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반감기가 무척 짧으므로 주민들의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시급히 조사를 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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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모니터링 진행돼야
권호장 단국대 의대 교수는 “일단 마스크 등 보호장구를 잘 착용하고 복구작업에 참여해야 하고, 방제작업 참여자들에게 소변검사 등 단기적인 건강영향을 점검하는 한편, 지역주민들의 만성영향을 분석하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권호장 교수는 ▷방제작업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보호구 지급 ▷사고지역 공기 중 휘발성유기화합물과 PAH 농도 즉각 평가 ▷기름 노출된 사람들에 대한 건강 검진 실시와 생체지표 측정을 통한 노출 수준을 평가(공기 중 농도와 생체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현저히 낮아지기 때문에 시급성을 요함) ▷사고에 따른 주민들의 ㅍ탔?피해(불안, 분노, 우울 등)에 대한 지원 필요 ▷기름에 노출된 사람에게 의학적 감시를 지속 실시해 만성영향평가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권호장 교수와 15일부터 건강영향평가팀을 꾸려 지역주민들의 소변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생명안전본부 임지애 국장은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건강영향평가가 실시돼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늦장 대응을 꼬집었다.

<태안=김선애 기자·사진=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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