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속 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사진1]국내에서 가장 큰 모래사구인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사구 주변 해역은 국내에서 최초로 해양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파도리 근소만은 갯벌이 광활하고 바지락 양식의 산지로 국내에서 소비되는 70~80%의 바지락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남면 진산리 갯벌은 백합, 동죽, 바지락, 굴 양식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이었다. 이런 서해 최대의 수산물 생산지가 기름으로 물들었다.

◆갯벌 속으로 침투한 기름은…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 2주 남짓 되면서 기름은 점차 갯벌 속으로 침투하고 있다. 기름이 갯벌 사이로 침투하면서 지표면 가까이에 있는 갯지렁이, 해삼, 새우 등의 저서생물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난 13일 태안 모항에서 만난 고병설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는 “현재 퇴적물에서 육안으로 보건대 유층이 2㎝ 정도로 확인됩니다. 하지만 갯벌 공극 사이로 침투된 기름이 있으니 오염정도는 더 하겠죠”라고 말했다.

기름으로 인한 갯벌오염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갯지렁이, 해삼, 새우 등 갯벌 속에서 살아가는 저서동물은 갯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이자 1차 생산자다. 때문에 조개, 꽃게, 새, 어류 등 포식자와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물종에 따라 피해정도 달라
그렇다면 유류 오염으로 갯벌 생태계는 얼마나 망가졌을까. 이에 대한 답을 하려면 우선 갯벌 생태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고 박사는 “기름이 갯벌을 덮쳤을 때 갯지렁이나 바지락 같은 조개류는 헤엄을 쳐서 도망갈 수 있지만 다슬기나 우렁 같이 한 곳에 정착해 사는 고착성 저서동물은 고스란히 기름을 뒤집어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종마다 가진 내성에 따라 어느 정도 기름에 노출됐는지에 따라 견딜 수 있는 정도도 다르다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유류의 피해 정도는 생물종에 따라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 정확한 답이다.

저서동물, 갯벌 등을 포함한 해양생태의 유류오염은 겉으로 보이는 정화작업만으로 회복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수십 년 동안 파장이 진행될지도 모를 노릇이다. 이 또한 연안마다 차이가 있다. 고 박사는 “만리포나 신두리의 모래질은 자연 상태에서도 다릅니다. 때문에 회복되는 속도도 다를 수밖에 없죠”라며 신중함을 보였다.

◆지속적인 모니터링, 갯벌 회복의 지표
고 박사팀을 비롯한 국립수산과학원의 4개 해양생태조사팀은 유류사고 발생 후 2주 동안 지속적인 조사에 착수했으며 2주 간격으로 조사를 지속하고 월별, 계절별로 빈도를 넓혀서 모니터링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모니터링은 해양생태계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생태계 조사결과를 토대로 생태계 복원 계획을 세울 때 인용될 수 있는 자료다. 고 박사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야말로 생태계를 보전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태안/김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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