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별기고③>

물 부족 국가에 대한 생각의 오류

통일한국 고려한 물환경 정책 펴야


[#사진1]우리의 물 문제를 다룰 때 “한국은 물 부족 국가”라고 일반국민들이나 심지어 전문가들에게 잘못 인식된 이유 중의 하나로 “한국은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라는 선동적인 문구를 지적할 수 있다.

이 명제의 학문적 타당성이 빈약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농업용수 문제가 지적된다. 우리나라가 필요한 담수자원 중 농업용수 수요량 산정에서의 부정확성 문제는 차지하고, 우리 국토환경이나 경제구조로 보면 콩, 밀, 사료 등 주요 농산물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4700만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수입되는 농축산물 생산에 소요되는 물을 농업용수 수요량 추정 시 감안할 필요가 없었음을 간과한 때문이다.

국가의 담수자원량 추정과정에서 수입하는 농산물 생산에 소요되는 물은 소위 “가상의 물(Cyber Water)”이라 하여 따로 생각해야 한다. 즉, 다른 나라에서 그들의 물을 가지고 생산한 농산물을 돈을 주고 사오는 것이므로 실제 우리의 물을 쓰거나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우 이들 농산물들은 경작할 토지도 부족한 실정이고, 또 설사 억지로 경작한다 한들 경제성이 낮아서 비효율적이 되기 때문에 세계화시대에 “사이버 워터”와 같은 형태의 자원 교류가 국가정책에서도 감안돼야 한다.

그간 경제개발과정을 살펴보면 비록 넉넉하지는 않은 수자원이나마 잘 관리해 공급하였기에 물을 이용하는 많은 산업체들이 이익을 냈고, 그 결과 경제발전이 이뤄졌으며, 지금도 비교적 잘 기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반도체 메모리소자제조업이 기술적으로 선두주자였던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된 이유를 보면, 자본과 기술의 집중과 함께 값싼 물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던 물기반시설이 있었음이 항상 지적된다. 따라서 '무작정 부족할 것 같으니까 아끼고 보전해야 한다'라는 물관리정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 당위성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측면에서 반성이 필요하다.

그간 수량-수질에 대한 건교부와 환경부의 논쟁은 오히려 정책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국력을 낭비한 우를 범한 것으로 우려됐다.

통일한국은 수자원 충분국가이다. 이제 정권이 바뀌게 되면 참여정부의 기존 정책패러다임도 바뀌게 될 것이다. 이중 남북교류도 보다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측면으로 전환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통일한국으로서 좌표를 설정해야 할 시점에 있다. 북한의 1인당 가용 담수자원은 3406 m3으로 한국의 약 1400 m3/인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으며, 현재 남북한을 합치면 1인당 가용담수자원 양은 약 2080 m3로 UN 용역보고서의 단순한 기준으로 보더라도 통일한국은 물이 충분한 국가군에 속한다.

만약 한국이 통일된 국가였다면 우리의 물관리와 물환경정책은 어떻게 되었을까? 또 만약 우리가 통일을 대비해 물을 관리한다면 한반도 남부와 북부의 물관리정책은 어떻게 되었어야 할까? 우리의 정책은 항상 눈앞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하여 전체적인 구도를 보지 못한 채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 전체의 가용수자원이 충분한 실정이지만, 한반도 남쪽은 인구와 경제 및 산업이 집중되어 있으며 지식기반사회로 전환되는 상황에 있으므로 수량 문제도 중요하지만 물의 적절한 배분과 인구와 산업을 원활하게 유지할 수 있는 생태적 물환경 조성과 관리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 북쪽은 충분한 수자원을 계속 보전하면서 수력발전과 같은 청정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풍부한 물을 이용하는 산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홍수와 재해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근래 홍수가 지면 한국의 일부 저지대는 침수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정도이지만, 북쪽에서는 익사자가 속출하고 농경지 침수와 산사태가 심각하다고 한다. 또 북한의 상ㆍ하수도시스템은 거의 붕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북한 주민들의 공중보건에도 막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언젠가는 통일될 국가인데 군사적 용도가 아닌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쪽의 물 인프라를 재구축 해주되 그 비용은 장기적으로 북의 자원이나 인건비로 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침체된 우리 물산업에도 발전의 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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