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물환경 관리구조 바뀔 수 있는가?


민감한 우리 물환경과 제도
물 인프라 투자 확대 중요


우리 수자원이 경제발전을 저하하지 않을 정도로 공급이 가능했다 할지라도 우리는 물을 절약하고 물환경을 보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우리 국토는 좁으며 4대강 수계로 형성된 물환경 여건은 조그만 환경적 충격에도 매우 민감할 뿐 아니라, 강의 흐름을 따라 형성된 도시들이 취수해 이용하고 또 처리한 물을 다시 강에 방류하는 형태로 돼 있어 생태적인 측면의 물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따른 집중호우나 지역적 물의 과부족 현상은 이 좁은 국토에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우리가 종래 가지고 있든 상수공급체계, 하수관망, 하ㆍ폐수처리장 그리고 4대강의 물관련 인프라에 대한 패러다임을 다시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

낙후된 ‘제도’ 문제
[#사진2]좁은 면적에 많은 인구가 사는 나라일수록 국토와 물환경에 대한 규제는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는 반면 물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물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물산업 분야를 육성해 환경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낙후된 지방상수도를 보면 이것이 과연 경제규모 세계 13위 국가의 상수도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일거리가 없어 하수관거 BTL사업에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기업들을 보면 이들이 세계의 물 인프라를 구축할 미래의 한국 '물'기업인가 회의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 상당부분은 물산업 부분이 제도(制度)의 산업이기 때문인데, 낙후된 제도의 문제점을 알고도 고치지 못하는 우리의 행정시스템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물'인프라를 다시보자
[#사진3]이제 우리 물 인프라는 단순한 목적을 가진 ‘보전’ 기능보다는 새로운 물환경을 창출하는 생태 환경적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 그 이유는 '물'인프라는 국가의 4대 인프라 중 하나이지만 여타 주거인프라-전기ㆍ통신인프라-교통인프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기 때문이다.

즉 한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IT기반인프라, 시속 300Km대의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망을 운용하는 우수한 교통인프라 그리고 비록 지역적으로 부동산투기 등의 문제는 있지만 비교적 충분한 주거인프라를 가진 나라이다. 하지만 물환경과 물인프라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비전문적인 단순보전과 맹목적인 보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의 공공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경영적 측면은 이미 모든 물분야에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 마실 물만 하더라도 수돗물은 병에 담은 물(생수)과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이미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다. 하수처리는 그저 방류수 수질기준을 맞추기 위한 규제개념에서 우리 하천을 살려내고 나아가 국민이 휴식을 취할 생태적인 물환경으로 복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하수처리의 경우 선진국의 수질규제기준 이상으로 더 잘 처리해 결과적으로 우리 하천환경 복원에 기여할 수 있다면 직접적인 수혜자가 되는 국민은 이를 위해 돈을 조금 더 쓰는 것을 찬성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비유이지만 행정서류나 양산하는데 사용되는 으리으리한 지자체 청사나 공무원 증원하는데 세금을 쓰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환경기초시설을 개보수하고 개량하는데 돈을 더 쓰는 것에 대해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진5]예전부터 우리나라를 부를 때 금수강산이라 해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중 우리 물환경은 으뜸이라 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와인, 독일의 맥주가 유명한 이유는 따지고 보면 와인과 맥주를 만들 수밖에 없는 나쁜 식수여건과 열악한 물환경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좋은 자연환경, 특히 물환경은 국가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인구와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진 세계화시대에서 이들 인력과 자본을 유인하려면 우수한 사회 기반인프라와 함께 좋은 자연환경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휴일에 수영하기 힘든 호수와 녹조가 낀 하천 그리고 적조가 있는 해안이 있는 나라에 세계적 금융기관의 전문가들과 최고수준의 기술자들이 거주할 생각을 하겠는가.

8~9월에 큰비가 오면 서울도심이 침수돼 수재민 구호 방송이나 하고 있는 나라에서 금융허브나 한류(韓流)의 중심을 만든다는 정책은 공허하게 들릴 따름이다.

물기업 육성의 속사정
[#사진6]선진국들은 물을 자원으로 보아 산업의 한 축으로 육성해 왔다. 그 결과 유럽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국가가 주도적으로 법제도를 개편해 대형 물기업이 만들어졌다. 이제 이들 다국적 물기업이 총칼 대신 자본과 기술 그리고 물을 통한 인류복지의 향상이란 대의명분을 가지고 중·후진국에 진출하는 신(新)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가 되고 있다.

우리의 정치인과 행정관료, 기술자들과 민간 NGO는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 됐다.

유럽은 1980년대부터 물기업을 육성하였는데 그 이유는 알고 보면 그러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다. 덴마크나 동구권의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유럽 대부분 국가의 물값은 매우 비싸다. 독일은 라인강 수질이 나빠서 또 프랑스는 원래 물이 나빠서 등등 각자 사정이 있어 물값이 비싸겠거니 하고 생각할 수 있다. 물환경이 나쁘니 정수처리와 공급, 하수처리에 비용이 많이 들것으로 지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타 유럽 국가 특히 북구라파의 스웨덴 같이 좋은 물이 풍부한 나라마저 물값이 톤당 2000~3000원선 수준으로 비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 유럽 국가들은 공공성 측면에서 물을 공급해 왔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한 상하수도 인프라가 1980년대에는 노후화되고 또 엄격한 수질관리가 요구되면서 재정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도저히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상하수도로는 효율적 개량과 운영이 어렵고 공공기관의 속성상 물값이 계속 천정부지로 상승하게 되므로 부득이 산업적 측면에서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물기업을 육성하는 한편, 민영화의 길을 걷게 된다. 1980년대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등이 그 뒤를 따르게 된다.

[#사진7]혹자는 이를 신자유주의의 일환으로 보지만 이는 현학적(衒學的)인 경제학자들의 분석일 따름이다. 국가는 국민들과 산업을 위해 물을 싸게 계속 공급해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도 그러한 방법 이외에 물인프라 재구축에 필요한 재정을 감당할 묘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에 관한한 아직까지도 국가가 모든 정책을 관리하고 수행하는 독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상수도요금을 내고 있다. 또 비싼 상수도요금 때문에 빗물까지 받아쓰는 것을 보면 친환경적인 측면에서 좋아 보이기는 하나 국가경쟁력과 산업적인 측면에서 독일의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이웃 일본의 물값은 톤당 2000원대인데, 일본의 여타 공공요금에 비하면 낮은 수준일지 모르지만 독일과 같이 '물'부족국가가 아닌 물이 풍부한 국가치고 매우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공공성의 명분 아래 정부와 공무원들이 물정책과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일본은 물값 측면에서 1980년대 유럽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매우 역설적이지만 자본 및 기술 집중에서 세계적인 효율을 가진 일본에서 세계적인 물기업이 나오지 않는 것도 공공성 측면의 규제에 묶여 있는 일본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현재의 상하수도 관리체제를 가지고 간다면 미구에 1980년대 유럽식의 고비용구조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지자체 행정구역별로 나눠진 상하수도를 주민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어 처리하고 공급하려면 고비용구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상하수도 민영화는 합리적 측면이 있었지만 이 역시 일부의 기득권논리를 타파하고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쉽다. 이 작은 나라의 상하수도를 효율화한다고 통합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36개로 세분화 한다면 언제 최소한의 경제규모를 만들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다.

누가 물값을 현실화 할 수 있는가?
해묵은 물값 현실화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자괴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다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상수도의 물값 현실화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며 하수도 비용 역시 매우 열악하다. 그나마 상하수도 시설을 개체하는데 필요한 감가상각비도 잘 고려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사진10]그런데 상하수도세를 올리는 것은 정치인, 공무원, NGO, 시민 모두가 거북해 한다. 하기는 금수강산에서 5000년 동안 물을 ‘물쓰듯’ 살아온 국민들이니 물값 내는 것이 아까울 것이다. 물은 공공인프라의 하나이다. 우리 중산층 한 가정 당 연간 상수도요금은 대략 6~7만원 정도인데 최근 들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으나, 그간 왜곡된 가격체계를 완전히 보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수도권 지자체들은 상하수도 사용요금을 현실화 측면에서 올리고 있는데 이를 언론에서는 이유 불문하고 공공요금의 상승으로만 지적하고 있다.

여러분들의 가정에서 전기세, 전화세, 이동통신요금, 인터넷 요금, 대중교통비는 얼마나 쓰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들 공공요금 중 물값의 비중은 얼마인지 가계부를 적는 주부들이라면 금방 알 것이다. 통계청과 환경부 자료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가정 상수도 비용은 한가구가 연간 지불하는 전체 공공요금 295만원(2006년 기준)의 단지 2.6%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는 중산층 4인 가족이 1년간 사마시는 생수와 음료수 값 정도이다. 이러한 수준의 물값을 내면서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통해 만들어지는 생수 수준의 수돗물을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가. 이렇게 싼 물값을 두고 물을 절약하지고 홍보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물관련 기술자와 상하수도 분야 공무원들은 정말 신통하게도 이 열악한 비용구조 아래서 어쩌면 사명감 하나만 가지고 물을 공급하고 처리해 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는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물값은 정책적으로 지금까지 모든 정권의 위정자와 지자체 장들이 인위적으로 억제시키면서 왜곡시켜왔다.

[#사진8]그 이유는 첫째, 중앙의 당국자 입장에서 여타 공공요금은 올려왔지만 물값은 지자체 소관으로 떠맡겨 놓고 있었다. 둘째, 지자체 장들 같은 경우 재선을 위한 인기 정책의 희생타로써 물값 현실화를 억제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 지자체 장들이 사실은 물 문제에는 거의 무지한 수준이다. 셋째, 그러다 보니 지방상수도 공무원들 역시 낮은 인식과 함께 전문성 부족이 심화돼 문제가 있어도 해결하기 힘든 지경까지 낙후돼 버렸다. 넷째, 거기다가 우리 환경 NGO들은 물값 상승 저지가 마치 환경운동의 큰 성과같이 치부하는 과도한 간섭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마실 물 문제가 시끄러워져서 지방상수도를 보완하려 해도 지방자치제로 인해 기획예산처가 제동을 거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하수도와 하수처리분야는 그래도 조금 나은 형편이나 상수도 수준의 정책적 왜곡이 계속되고 있는데, 상하수도에 대한 합리적인 투자가 지연되면 될수록 나중에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일부에서는 물의 공공성을 거론하면서 종종 저소득층 문제를 언급하며 물값을 올릴 경우 야기되는 서민 가계에 대한 압박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역시 근거가 빈약한 주장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저소득층은 보건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2004년 12월 기준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약 142만4000명(75만3000가구)으로 전 인구 대비 2.9%이다.

[#사진9]이들에 대하여서는 애시 당초 물값을 받으면 안 된다. 또 노령인구나 소득이 낮은 국민들에게 대해서는 오히려 물값을 적게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 때문에 물값을 올리지 못한다면 우리 물값 정책을 만드는 위정자들의 정책추진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요즘은 서민이라도 한 달 기본요금이 만원을 넘는 핸드폰은 가지고 있는데, 핸드폰 통화료는 내면서 물값은 못 내겠다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지 않은가. 서민들의 가계부가 문제가 된다면 합리적인 물값 해결 방안은 많이 있다.

예를 들어 물값 상승분 혹은 시설 개체에 소요되는 비용을 재산세에 부과해 노후시설 개체비용에 충당한다든지 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재산세에 물인프라 비용을 부과하더라도 실제 그 비용은 많지 않을 것이며 버블세븐의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는 종합부동산세보다는 훨씬 명분도 뚜렷하고 실익도 있을 것이다.

진짜 불편한 진실
우리 금수강산의 물환경은 보전의 대상이고 후세에 물려줘야 할 자산이다. 하지만 왜 우리가 우리 물환경을 보전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한 학술대회에서 기후변화의 원인 중 하나인 탄산가스와 같은 온실가스 감소방안에 대해 케이프타운대학의 조지 에카마(George Ekama) 교수는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탄산가스 양에 대해 정교한 모델을 사용해 유추한 결과, 일반적인 인간 활동이 탄산가스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이 되므로 온실가스를 저감하려면 지구상의 사람들이 숨을 쉬지 않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안이라고 결론지어 만장한 청중들의 폭소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6]하지만 이는 지구환경보호 측면에서는 매우 정확한 지적일 뿐더러 환경보호론자들에게나 개발지상주의자들 모두에게 ‘진짜 불편한 진실‘이다. 즉 사실이 그러하다고 지구상의 80억 인구를 반으로 당장 줄일 수도 없는 일이고 또 순진한 자연회귀적인 환경운동도 해답이 될 수 없으며, 마구잡이 개발은 더더욱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환경을 보는 시각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할 시점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우리 물환경은 보전의 대상이며 동시에 이용과 활용의 대상이다. 어디까지 이용하고 어느 수준까지 보전하는 가는 전적으로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합의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우리 물환경이 그나마 이 정도까지 보전된 데는 환경보호론자들의 힘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국가의 발전을 위한 하나의 자원으로써 물환경을 어느 수준까지 활용할 수 있는가도 최근 들어 큰 관심사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정치권이나 NGO, 국민들에게 큰 관심의 대상이 됐던 새만금사업이나 한반도대운하 같은 것이 그 예이다. 이는 이미 정치적이며 정책적 선택의 사안이 돼 버렸지만 엄밀하게 보면 국가 인프라의 측면에서 기술적으로 다뤄졌어야 할 사안이었다.
새만금사업의 경우 이미 30여 년이나 된 프로젝트이지만 관심을 끈 것은 최근 5년 정도이다. 그간 새만금과 관련된 여러 사회적 문제는 기실 20여 년 간의 무관심이 빚은 당연한 결과이다.

국가의 인프라에 관련된 정책은 엄밀히 보면 정치가와 행정가에 의한 선택의 문제이다. 그 정치가와 행정가는 국민이 선택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소각장이나 하수처리장 건설의 비용을 내고 관심을 가져야 할 시민들은 일반적으로는 무관심하다가 계획이 확정되면 님비(NIMBY) 현상이나 기타 이유로 찬반의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 홍역을 치르게 된다. 여기에는 정보공개에 미온적인 행정조직의 책임도 있지만 하남시의 예와 같이 과도한 민간의 간섭으로 인해 정책 선택의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제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판단은 전문가와 기술자들에게 넘겨줘야 할 때이다. '삼보일배'보다는 세 번 생각하고 다시 한 번 계산해 보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전문가와 기술자들 역시 정치적 득실보다는 공정성과 합리성에 입각하여 판단을 내려야 할 때이다.

물관리 일원화
[#사진11]감히 예상하겠거니와 새만금사업의 예에서 보듯이 첨예한 이해관계가 있는 환경적 정책 사안들(예를 들어 물값 현실화나 대운하 혹은 물산업 육성 등)은 정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이제까지와 같은 행정부 시스템에서는 잘 수행되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예를 들어 새만금사업만 하더라도 30여 년 전 사업계획 초기에는 농림부 수준의 계획으로 시작됐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문제들을 보면 농림부, 환경부, 해수부 등의 우수한 공무원들과 민간 전문가가 힘을 합쳐 머리를 짜내도 해결될까 말까한 일이다. 헌데 그 와중에 부처이기주의와 NGO까지 관여하는 마당에 어떤 합리적인 대안도 암초에 부딪히게 돼 있다.

대운하 사업도 만약 추진된다면 처음에는 어쩌면 TF팀를 만드는 등 정치력 하나로 추진되다가 나중에는 환경부-건교부-농림부-지자체 간의 이해다툼과 NGO의 저항에 부딪혀 흐지부지되고 유명무실하게 축소될 공산이 크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참여정부가 정권을 걸고 추진한 행정복합수도도 결국은 용두사미 격으로 축소된 것을 보면 그 결말이 예측된다.

[#사진12]물관리 일원화는 20여 년 내 물환경 분야의 숙원사업과 같은 현안문제이나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환경부, 건교부, 행자부, 농림부, 지방자치단체 등이 복잡하게 얼키고 설킨 이해관계를 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참여정부도 한참 지난 중반기에 와서야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려 했으나 각 부서의 집단이기주의를 해소하지 못한 정책적 무능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는 국민과 산업체 그리고 우리 물환경이다. 태안의 유조선 기름유출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결국 오염된 해안을 치우는 것은 자원봉사자로 이뤄진 국민들이다. 왜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추운 겨울에 해안에 나와야 하는지 위정자와 공무원들은 반성해야 한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행정적 권능을 가진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은 어디에 있었는가. 구조개편을 거부하며 평시에는 영역다툼에 몰두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지지 않는 자세로 일관하는 행정부서의 속성이 여실히 들어나고 있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설 시기이니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물관리 일원화를 기대해 본다. 우리의 물환경과 물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도약의 계기가 만들어 질 것인지, 아니면 사뮤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와 같이 또 다시 그 다음 5년을 기다려야 하는지.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