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희망이다…자원봉사자들의 힘
중구난방 체계로 숨은 기름 계속 방치


태안 기름유출사고가 난지 딱 한달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선박 충돌로 인해 허베이스피리트호의 기름탱크가 파열돼 기름이 바다로 유출됐다.

해양수산부는 사고 발생 1시간 가량 후인 8시 30분 대책반 운영 등 해양오염 대응 매뉴얼에 따라 조치했다고 했지만 사고발생 한달이 지난 현재 여전히 기름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있다.

7일 현재 태안군, 보령시 등 5개 시군의 59개 도서에 타르가 부분적으로 산재돼 있고 가의도, 삽시도 등 9개 도서는 오염이 다소 심한 상태라고 해경청은 발표했다. 또 부안이나 신안 등 전남북 도서에도 주먹 크기의 경화 타르가 유입된 상태다. 이 또한 바람과 조류의 영향으로 수시로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제주도까지 기름띠나 타르덩어리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까지 점쳐졌다.

태안기름유출사고가 난 후 한동안 태안 시내는 썰렁했다. 다들 방제작업에 동참하느라 가게도 잠시 내팽개쳐 놓은 것이다. 그리고 시내에 나와 웃고 떠들며 즐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파도리 방제를 하며 만난 한 할머니는 태안 시내 근처에 살고 있다고 했다. “파도리에 친척들이 살아. 그리고 어릴 적 내 고향이었고…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태안사고가 터지고 사람들은 한동안 서해안의 조개나 톳을 먹지 않겠다고 보이콧 아닌 보이콧에 들어갔다. 기름에 절은 수산물을 어떻게 먹겠냐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 입장에서는 참으로 가슴 복판을 칠 노릇이다. 태안 시내서 만난 상인은 “지금 서울에서는 태안서 나온 마른멸치도 반품된대유. 언제쩍에 잡아서 말린 멸치를, 원산지가 태안인 수산물은 무조건 안받는다는 건 억지 아닌가유”라며 혀를 찼다.

그렇게 지리하고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던 지긋지긋한 기름은 이제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기름덩어리로 뒤덮였던 만리포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드러났고, 기름냄새로 진동하던 태안은 제법 바다내음도 감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빨리 회복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자원봉사자들을 비롯한 사람이었다. 사고 발생 한달 동안 무려 43만8614명의 자원봉사자가 만리포와 태안을 찾았고, 주민과 공무원 등을 포함해 총 81만2577명(해경청 집계)이 방제작업에 참여했다. 하루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수욕장을 찾았다. 그야말로 ‘인간띠’로 ‘기름띠’를 제거하는 진풍경을 연출했고 ‘흑사장’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았다.

반면 사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곳 지적된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 태안군청 및 각 시도의 지휘체계가 중구난방이었다는 점은 여전히 반복되는 문제로 남아있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이런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방제 등과 관련한 매뉴얼이 없다”고 말했듯이 체계의 혼란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여진다.

또 도서지역이나 기암괴석 지역은 한달이 지나도 사고 초기와 똑같이 여전히 기름때로 얼룩져 있다. 해경청은 접근이 어려운 도서지역에 해군병력을 이용해 방제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사고초기부터 밝혔지만 연안이나 해수욕장보다는 방제가 너무 더뎠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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