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기름유출사건으로 본 환경정책
국가적 환경재난 대책 여전히 후진국


[#사진1]대형의 해상기름유출은 지구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재 중에서 가장 흔히 또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대규모의 인재이며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은 물론 회복기간도 수 십 년이 걸리는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물론 새만금, 한반도 대운하, 아직도 전 연안에서 추진되고 있는 간척사업 등 일련의 국가정책이나 대선공약 등으로 판단할 때에 국가나 정치가가 국가적인 환경재난에 대한 인식부족이 여전히 후진국적임을 엿볼 수 있다.

삼성중공업의 예인선 충돌에 의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과 관련해 초기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1995년에 남해안에서 발생했던 시프린스호의 기름유출사건으로부터 충분한 교훈을 얻지도 못했다. 또 초동방재의 신속성, 적절성 및 방재방법에 따르는 2차 오염과 피해, 생태계의 복원 모니터링, 지역주민의 심리나 삶 및 지역공동체의 붕괴 등에 대해 또 다시 반복된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는가 하는 회한도 든다.

미국의 엑손발데즈호의 기름유출사건으로 획득된 많은 정보를 파악하지도 못한 채 초동방재와 전문방재를 동시에 실시해 전문방재 인력과 주민을 2차 유해물질에 노출되도록 하고 있는 실상도 보인다.

얼마 전 기존의 수십 개 법적 규제를 무시하고 해안역을 막개발 할 수 있는 동서남해안권발전특별법과 새만금 특별법이 정치적 거래에 의해 통과되기도 했다. 이들 특별법은 연안습지(갯벌)를 제한 없이 개발하도록 내주는 법이요, 한반도 대운하는 내륙습지(강)의 생태계를 완전하게 파괴하는 계획이다. 폭 100m, 수심 10m에 이르는 800km의 운하는 물론 먹는 물을 위한 여러 개의 소규모 댐과 선박통행을 위한 수십 개의 대형(폭 100m, 높이 30m) 다리를 건설해야만 하는 환경파괴적인 대형 토목사업이다. 청계천은 훼손된 하천을 복원하고자 시도된 것이지만 운하는 자연하천(내륙습지)을 훼손하겠다는 발상이며 운하는 한번 파면 다시 원상복구 할 수 없음도 알아야 한다.

삼성중공업 예인선 충돌 기름유출사건은 적어도 태안-군산 해안의 갯벌(연안습지)을 향후 20년간은 완전하게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훼손시킨 사건이다. 이러한 환경파괴적인 사건들이 올해 10월 환경올림픽인 람사르회의를 개최하는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람사르회의는 한마디로 전 세계 정책가와 환경인이 미래세대를 위해서 습지를 보호하고 보전하는 것을 논의하는 자리다. 우리가 이 행사를 양심적으로 치룰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번 참사를 마지막으로 엑손발데즈, 시프린스호의 기름유출사건을 통해 획득된 경험과 함께 미래를 대비해야 하며 이번 삼성중공업 예인선 충돌에 의한 기름유출 사건이 국제적으로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도록 국가-주민-기업-전문가 함께 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엑손발데즈의 경우처럼 우리도 기금을 마련해 유류오염, 방재기술, 생태계 모니터링, 생태계 복원, 지역공동체 복원 등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엑손사의 기금으로 조직된 엑손발데즈 신탁 협의회 지원 연구로 복구활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수백 편의 국제적인 논문이 발표되는 등의 활동에 의해 지역주민들이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으므로 이제는 오히려 엑손발데즈라는 이름이 긍정적인 면으로 변하고 있음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