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ㆍ환경단체ㆍ국회의원 등 ‘삼성무한책임’ 강조

어민대표 공식사과 촉구
삼성측 침묵으로 일관


지난 10일 태안 피해지역 어민대표 20여 명은 서울 삼성중공업 본사를 방문 공식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여전히 사고 원인에 대한 책임의 규명도, 수사결과도 발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고 책임 당사자로 지목된 곳은 삼성중공업이지만 삼성 측은 공식 사과나 어떠한 대책도 취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어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환경 전문가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 역시 6만이 넘는 주민들의 생계와 생태계 완전 복원 위한 어떤 특단의 대책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동시에 삼성에 무한 책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원더걸스의 ‘텔미’를 패러디한 ‘태안 텔미 동영상’을 제작 배포한 녹색연합도 사고를 낸 삼성중공업의 공식 사과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사고 초반인 지난달 18일에도 삼성중공업 기업 광고를 패러디해 태안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삼성 측의 사과와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장했었다.

사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지만 삼성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단지 구상권 청구가 들어오면 대처하겠다는 삼성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한 환경 전문가는 “이러다 삼성이 구호자금 풀면 국민들이 박수치고 끝낼 일 아니냐”며 삼성의 태도를 비꼬았다. 하지만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에는 삼성의 공식적 사과가 없다는 점도 있다.

사고를 낸 유조선 측 보험사와 국제 유류기금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상한도는 현행 제도상 300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충돌사고를 일으킨 삼성중공업에는 유조선 측의 구상권 청구가 예상되지만 배 크기가 1만2000톤이어서 책임한도가 30억 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1989년 알래스카에서 기름을 유출한 미 엑슨사가 2조5000억원의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냈지만 국내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다. 지난 2006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재계와 일부 언론의 반발로 실패했다.

정회성 한국환경정책평가원(KEI) 원장은 “환경 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경을 이용하고 파괴하는 사람이 책임을 지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환경책임보상법’ 강화를 주장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남재우 위원장은 “워낙에 큰 대형사고이고 대기업과 외국계 선박, 보험회사 등 거대 기업들이 맞물려 있어 아마도 법정 분쟁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삼성은 구상권 청구에서 30억원만 배상하면 끝난다.

이와 함께 14일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고로 양식장 피해를 입고 음독자살을 한 지역 어민 고 이영권씨 장례식이 태안군청 광장에서 군민장으로 치뤄졌다. 고 이영권씨의 빈소가 마련된 태안보건의료원 장례식장 안팎의 주민들은 ‘태안군민 다죽이는 삼성그룹 박살내자’ ‘기름피해 진짜 주범 삼성그룹 무한 책임’ 등 플래카드를 통해 삼성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김선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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