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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태안으로 간 열린사회
[#사진1]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태안에 다녀왔습니다.

서해안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우리 국민들은 많이 놀라고 걱정을 했습니다.
사고는 한 순간이었지만 재해는 끔찍했습니다.
모래사장으로 밀려드는 기름 파도를 보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해안의 오염되고 훼손된 현장을 목격하면서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우리 어민들의 피해도 컸고 느닷없이 몰아닥친 재해로 인한 눈물과 한숨도 이루 말할 길이 없었습니다.

한편 우리 국민들은 위대했습니다.
수많은 자원봉사의 인파가 서해안으로 달려갔습니다.
구멍이 난 배에서 쏟아져 나온 기름은 콸콸 양수기가 물을 뿜듯이 힘차게 터져 나왔지만 물 위에 퍼져 해안으로 밀려든 그 기름들을 제거하는 데는 흡착포와 솜을 던지고 적셔서 걷어내는 방법 밖에 없었습니다.

물과 함께 삽으로 퍼 담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습니다.
손으로 문지르고 닦아내 제거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사람의 손길로서만 그 출렁이는 기름 파도를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온 몸으로 수고를 하여도 결국 걷어낼 수 있는 기름은 3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진2]그렇게 오로지 사람의 손길로서만 가능한 최소한의, 최대한의 방제를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의 인파가 몰려왔습니다.
벌떼처럼 달라붙어 사람의 힘으로써만 가능한 그 일을 위해 그 두꺼운 기름 파도만큼이나 자원봉사의 행렬이 넘쳐났습니다.
그리하여 사고가 난지 한 달이 된 시점에 사고의 여파는 어느 정도 수습이 돼 어갔던 것 같습니다.

사고의 끔찍한 여파가 전해지고 위대한 우리 국민들의 자원봉사 행렬을 지켜보며 마음은 당장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으나 그러지 못하던 차 열린사회의 우리 회원들이 함께 태안을 찾아 새해를 시작할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과연 많이 수습이 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해안에 찌들어 있는 기름의 흔적에 여전히 코를 막아 나서는 기름 냄새를 느끼며 TV로만 보았던 검은 재앙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바위들은 바위색이 아닌 온통 검은색이었습니다.
그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실소와 함께 그래서 문득 인간의 위대한 힘을 동시에 떠올립니다.

한 순간의 실수로 양수기를 뿜듯 뿜어져 나와 바다를 덮치고 해안과 생태계를 집어 삼킨 그 기름들을 인간의 손으로 이렇게 다 닦아 내고 걷어 냈다니 오로지 수작업으로 하루하루 끈질기게 재앙을 잠재워 갔던 위대한 인간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우리는 해안가 바위가 펼쳐진 곳으로 흩어졌습니다.
열린사회의 약 130여 명의 회원들은 무리를 지어 바위들의 영역을 분할했고 바위틈의 기름을 닦아 내기 시작했습니다.
겉으로는 바위들도 기름의 흔적만을 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바위를 들어 올리자 기름 덩어리들이 그 아래서 딸려 나왔습니다.

역한 냄새가 한꺼번에 몰려옵니다.
바닥에는 기름덩어리들이 엉겨 고여 있거나 새까맣고 물렁물렁한 검은 물질이 자갈들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아직 남아 있는 그 숨은 기름들을 마저 닦아 내는 것이 임무가 된 듯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밀물이 되어 점점 차 올라오는 파도에 밀리듯 해안의 아래서 위로 부지런히 바위들을 들어 올리고 바닥을 문질렀습니다.

기름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처연히 죽어 있는 멍게와 불가사리들 사이로 생기를 찾은 듯 제법 민첩한 엄지손톱만한 방게가 기어가고 있었습니다.
조개와 굴은 약 절반의 죽음 뒤로, 다시 신선한 물을 공급받고 공기를 들이키며 제 생명과 색깔을 찾아 가는 듯 했습니다.

마치 바닥에 기어들기라도 하듯 깊숙이 바위틈에 몸을 웅크리고 참으로 부지런히 바닥을 문질렀습니다.
참으로 정성들여 바위를 닦았습니다.
하나같이 모두들 정말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 사이 길 것 같던 하루도 금새 다 가고 파도도 어느새 해안의 산언덕까지 차올라 왔습니다.
끼니를 건너 뛰어 작업을 마무리해서인지 일을 마치고 함께 한 점심 육개장의 국물이 깍두기와 함께 더 없이 말캉한 맛으로 목구멍을 넘어 갑니다.

[#사진3]뒤늦게 찾은 아쉬움이 있지만 어민들의 눈물과 한숨에 작으나마 힘이 돼 준 것 같아 정말 다행이며 뿌듯합니다.
아직도 여파는 다 가시지 않았으며 한 번 입은 기름의 재앙은 다른 형태로 봄과 여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도 하고 이미 땅 속에 묻힌 기름띠까지 해안의 생태계가 본래의 모습을 찾기까진 수 십 년도 모자랄 것이라고 하지만 어쨌든 최소한, 최대한의 방제를 어느 정도나마 해낸 것 같아 다행으로 여깁니다.

이제 그마나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다행입니다.
한 달 동안 이어진 국민들의 참여와 수고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너무나도 어이없는 재앙에 원시적인 인간의 힘으로써만 복구가 가능했던 이 사태를 겪으며 인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아무리 문명이 발전해도 결국 인간의 힘만한 것이 없구나. 그래봐야 30% 밖에 미치지 못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힘차게 삽을 드는 어리석은 인간의 힘으로만 재난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구나. 혼자가 아닌 우리의 힘이란 이런 것이고 이렇게 가능한 것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의 고통, 국가적 재난에 두 손 걷어 부치고 나선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열린사회의 우리 회원들도 작지만 수고 많았습니다.
정성을 다해 애쓴 그 마음에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어려운 이웃들의 따스한 안식처를 위해 달마다 수고하는 해뜨는 집의 회원들이 이렇게 동네를 벗어나 자원봉사를 실천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어떨 때는 수해 자원봉사도 가고 탄광촌의 원정 집수리도 가고 하는 열린사회의 그런 활동들과 회원들이 참으로 자랑스럽습니다.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어민의 젓줄이며 여행객의 행복과 고독의 안식처였던 서해의 바다가 하루 빨리 제 모습을 찾기를 바랍니다.
열린사회의 2008년도 더욱 희망과 보람, 따뜻함으로 넘쳐나길 기원해 봅니다.

사랑과 참여, 공생의 희망공동체
(사)열린사회강서양천시민회

박순주  psj29@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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