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활동의 고농도 오염물 생태계 위험
산야에서 썩은 부식질이 수생태계 발목


수질오염원은 발생원에 따라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으로 구분한다. 점오염원은 공장, 가정, 공공시설, 축산시설, 양식장 등 연중 지속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고정시설이고 비점오염원은 오염된 대기, 임야, 농경지, 과수원, 도시지역, 갈수기 하천 등 강수시 오염물질이 유출되는 곳을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질관리정책은 점오염원을 중심으로 하고 비점오염원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정부에서는 점오염원 배출시설이 완료될 즈음에 하천, 댐 및 해양 등 공공수역의 수질이 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해 40여 년 동안 분뇨, 산업폐수 및 하수종말처리시설을 거의 갖추고 이제 마지막 단계인 마을하수처리장과 3차하수처리(N, P처리)시설의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오염물질 배출자료와 외국의 사례를 보면 점오염원의 관리만으로 수질오염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비점오염원에서 수질오염물질의 절반이상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점오염원을 철저하게 관리하는데도 불구하고 하천의 수질이 개선되지 않아서 미국에서는 1975년 무렵부터 비점오염원을 본격적으로 관리하고 일본은 1978년부터 관리함으로써 공공수역의 수질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1994년도에 비점오염원에 대한 토지이용별 원단위조사와 전국 오염기여도를 조사해 1997년 수립한 물관리종합대책에 비점오염원관리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2005년부터 수계별 수질오염총량제를 실시하여 하천의 목표수질을 달성하겠다고 추진하고 있으나 점오염원 처리시설에 대부분의 예산을 투자하고 배출오염물질량을 대폭 삭감할 수 있는 비점오염원에 대한 투자계획은 뒷전에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민의 생명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공수역의 수질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비점오염원 관리정책을 입안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온 국민이 적극 동참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비점오염원의 가장 큰 부분은 난방과 산업시설에서 발생되는 대기오염이다. 또 국토의 66%를 차지하는 임야에서 퇴비와 연료를 채취하지 않음으로써 풀과 나무의 사체가 퇴적되어 부식질이 침출되고 국토의 22%를 차지하는 농경지에서도 비료와 농약 등의 오염물질이 하천을 통해 댐이나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도시지역의 주거, 상업, 공업 등 생활 및 산업활동에서 발생되는 오염물질은 종류가 다양하고 고농도이다. 뿐만 아니라 하천유지수량이 부족해 갈수기 하상에 침전된 퇴적물도 강수 시 수생생태계를 위협하는 오염물질로 둔갑한다.

비점오염물질은 과거에 우리나라의 주요 산업구조가 농업이었던 시절에는 거의 문제시되지 않았으나 공업이 주요 산업으로 바뀌면서 대두된 오염물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농업이 자원순환형 산업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농업을 고집할 수 없는 이유는 인구밀도가 높고 농토가 협소하여 식량이 부족하며 고도로 발달된 산업사회에서 문명생활의 유혹을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업이 주요 산업인 나라에서 살게 되니 산에 천연 연료인 땔감을 썩히면서 화석연료(석탄, 석유)를 수입해 사용하고, 양질의 유기성퇴비를 생산해 작물을 재배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사용함으로써 토양을 척박하게 만들고 병충에 대한 작물의 저항성이 약해져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20여 년 동안 연료와 퇴비로 사용되지 않고 산과 들에서 묵묵히 썩어왔던 부식질이 오늘날 거대한 비점오염원으로서 우리들의 건강, 산업활동 및 수생생태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부식질 침출수는 수돗물에서 가장 경계하고 있는 소독부산물전구물질로써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또 집중호우 이후 대형댐의 탁도, 색도 및 COD를 상승시켜 정수처리에 지장을 주고,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담수녹조와 해양적조 발생의 원인물질이라는 학설도 있다. 하천이나 호수에 유입되는 SS의 50% 정도와 호수에 유입되는 유기물질의 80% 이상이 비점오염원에 의한 것이라는 보고 등 비점오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연구보고가 줄을 잇고 있다.

비점오염을 관리하지 않고 공공수역에 쾌적한 수환경이 조성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질관리를 위한 조령모개식 법률개정이나 땜질처방식 외국사례의 도입 정도로는 근원적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국민 모두가 삶의 방식을 평가하고 삶의 질에 대한 수준을 설정해 다수가 미래지향적으로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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