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서울시-건설사 “책임없다” 발뺌


▲ 공사 현장 주변 빌라 주민들은 진관배수지 공사를 반대하며 현재 낙원건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은평 뉴타운 진관외동 진관배수지 공사 현장 주변이 위험에 노출돼 지역민들을 위협하고 있다.1년 여 동안 계속된 이 곳 공사현장은 중장비의 굉음과 발파로 인한 진동, 산 절개면에서 발생하는 분진 등으로 주민들의 끊임없는 민원대상이었다. 급기야 공사현장과 인접한 서광빌라 19세대는 현장책임건설사인 낙원건설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주민대표 한리사(49)씨는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집안 내부를 보여주며 “굉음과 진동으로 인해 균열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건물이 붕괴될까 두렵다”며 ‘공사금지가처분신청’ 소송 경위에 대해 말했다.문제가 되고 있는 진관외동 479번지는 구파발과 연신내 근처 박석고개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근처 은평 뉴타운 입주자 5만 여 명에게 물을 공급하기 위해 현재 2만톤의 배수지를 건설하고 있다. 배수지의 크기는 가로50m×세로50m×높이10m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다.

건설사측 “주민피해 있을 수 없는 일”
주민 박민경(36)씨는 “계속돼 온 발파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한 게 오히려 이
▲ 공사장 인근 빌라 주민들은 “발파가 시작되고 부터 균열이 생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150공의 발파를 두 배로 늘린 꼴이 됐다”며 “주민설명회도 없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이에 낙원건설 측은 “총 6번의 주민설명회가 있었지만 그들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며 “발파작업으로 인한 피해 운운하는 것은 발파기술력을 몰라서 하는 소리며 피해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진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건설사측의 주장과 달리 한씨 집에서 느껴지는 진동은 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공사장 발파현장과 주민들의 거주지까지는 10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따라서 계속되는 진동을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고, 주민 박씨는 집에서 진동으로 인해 떨어져 나간 벽조각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공사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경우 역겨운 화약 냄새와 연기를 마시는 것도 모자라 하루에 수십 번씩 오고가는 덤프트럭에서 발생되는 분진에도 속수무책 노출된 실정이었다. 이에 낙원건설 측은 “분진의 경우 토사에 계속 물을 뿌리고 있지만 화약냄새의 경우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 하고 있었다.

▲ 분진막이 설치돼 있지 않은 진관배수지 공사현장 모습.
현재 세륜기가 왜 설치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K건설에서 도로확장 공사로 인해 세륜기를 잠시 철거한 상태다. 조만간 곧 설치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세륜기를 설치하지 않는 건 적법한 절차가 아니다.
더군다나 공사 현장의 산 절개 부분을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비가 오면 토사 붕괴로 이어질 위험천만한 상황이다. 진관배수지공사로 인해 산봉우리 2개가 잘려나가 생태계 파괴와 함께 토사붕괴가 우려되고 주민들은 들쥐 및 해충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주민들은 더 이상의 발파를 중단하고 건축물안전검사를 한 뒤 주민 합의 과정을 거치길 희망하고 있지만 은평구청, 서울시 수도사업소, SH공사 등은 주민설명회도 개최 하루 전날 통보하는 등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주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우리구청과 은평뉴타운 사업은 아무 관계가 없다”라며 서울시 상수도사업소에 책임을 떠넘겼고, 수도사업소 측은 “시공사가 1차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라며 “낙원건설 측으로 문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 배수지 공사로 산이 절개됐지만, 분진 발생에 대한 대비책은 없었다.


현재 진행중인 진관 배수지 공사는 책임자가 어디에도 없는 이상한 공사가 됐고, 이 상황에서 관계자들의 떠넘기기식 핑퐁행정에 지역주민들만 상처를 입은 셈이다.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공사라고 주장하는 지역민들의 핏발서린 주장에 낙원건설 측은 “전문가와 최신의 기술력으로 검증된 공사를 하고 있다”라고 맞서고 있다.피해를 보고 있다는 은평 주민들과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낙원건설사 측의 이번 법적 분쟁이 과연 어떻게 판가름 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음지호·노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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