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자녀를 둔 모든 부모,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인간밖에 모르는 우리의 종 중심주의 경제제도 비판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스즈키는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미에서는 대중적으로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방송 진행자이자 환경운동가다. 그는 여느 환경운동가들과 달리 좀 더 심오한 질문들을 잇달아 던진다.
만물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학계의 매춘 행위를 비판하고, 자신을 사람들에게 알린 미디어를 문제 삼으며, 경제성장 일변도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한계와 약점을 파고든다. 그는 끝없는 성장이란 불가능하다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가치를 매길 수 없다고 말한다.

해충을 죽이려고 뿌린 살충제가 뜻하지 않게 물고기와 새와 인간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만물은 서로 연결돼 있다. 그런데도 인간이 자연을 약탈하고 파괴하는 것은 우리의 경제제도가 인간밖에 모르는 종 중심주의라는 치명적인 결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인간만을 위한 효용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평가한다. 이용할 수 있으면 가치가 있고 그럴 수 없으면 무가치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유전공학 분야에서의 숱한 오류들을 지적하며 과학과 윤리의 문제를 짚는다. 특히 20세기 들어 급속히 발전하기 시작한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발견을 신상품에 이용하려는 행동은 성급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과학자라면 누구나 새로 생겨난 혁명적 학문에서 최신 아이디어들의 대부분이 불확실할뿐더러 장기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DDT와 CFC(염화불화탄소)의 예를 보더라도 유전자 조작 생명체나 생산물이 그와 같이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다.

미래는 암울하지만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잿빛 미래가 푸르게 바뀔 날이 오지 않을까. 지구의 앞날이 걱정스러워서 2세를 낳지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 모든 어른 특히 자녀를 둔 부모라면 반드시 읽어 봐야 할 소중한 책이 아닐 수 없다.

<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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