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월요일 ‘환경친화적으로 지어졌다’고 광고를 하던 미국 시애틀 근교 고급주택가에서 5채에 화재가 발생 전소되거나 심각하게 손상을 입었다. 사건 담당자에 따르면 주택가가 근처에 있는 습지를 보존하지 않고 손상한다고 간주하던 급진적 환경주의자들이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그린’으로 광고되고 있지만 시애틀 교외 습지를 파괴한다고 지적받던 고급주택들이 지난 주 월요일 화재로 심각하게 손상을 입었다. <사진=뉴욕타임즈>


시애틀 북동쪽으로 25마일 떨어져 있는 사건 발생장소의 한 울타리에는 “그린으로 지어졌다고? 아니, 검게 지어졌어!(Built green? Nope Black!)”라는 문구의 스프레이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다. 여기에는 “맥멘슨스와 RCD는 그린이 아니야(McMansions + R.C.D.’s r not green)”라는 글이 더해져 있었다. RCD란 시골지역의 개발밀도를 제한함으로써 어번스프롤(urban sprawl: 도시 저밀도개발)을 막는 시골 클러스터 개발지구(rural cluster developments) 방식의 도시개발정책을 일컫는다.

이 현수막에는 ‘엘프(E.L.F.)’라는 사인이 적혀 있었다. ELF는 에코테러리즘으로 악명 높은 지구해방전선(Earth Liberation Front)의 약자로 이들은 미국에서 지난 20년간 북서부를 중심으로 급진적인 에코 테러리즘을 일삼고 있다. 이 현수막을 근거로 경찰은 이번 화재가 엘프의 방화인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으며 관련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지난 2001년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발생한 방화사건 배심원들이 심경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대 방화사건은 다음 기사로 보다 자세히 소개하기로 한다).



▲ 사건현장에 남아 있던 현수막. ‘그린으로 지어졌다고? 아니, 검게 지어졌어! 맥멘슨스와 RCD는 그린이 아니야.–ELFS’라고 쓰여 있다. <사진=King TV5, AP통신>


시애틀에 있는 FBI 테러리즘 공동특별본부(Joint Terrorism Task Force) 프레드 구트(Fred Gutt) 요원은 월요일 화재에 대해 “엘프가 저질렀다는 주장이 있다. 이를 받아 들여 국내테러리즘 사건으로 취급 조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것 요원은 “그렇지만 주장의 진실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엘프측은 이번 화재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화재가 발생할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던 것으로 나타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는 이웃이 총소리 혹은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사건 당일 아침 들었다고 신고해 접수됐다. 한편 경찰당국은 화재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는 환경친화적인 건설에 초점을 두는 개발업자와 부동산업자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 그들은 건설공법이 물을 적게 사용하고 있으며, 인도는 비가 내렸을 때 런오프(runoff)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돼 있으며, 건축시 목재는 재사용한다고 주장한다.



▲ 주택 개발자 GMI 홈즈(CMI Homes)의 그레이 룬드버그(Grey Lundberg)씨가 화재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즈>

화재가 발생한 5채의 가구는 특히 2007 시애틀 꿈의 거리(2007 Seattle Street of Dreams) 사업을 통해 지어졌다. 건설을 맡았던 그레이 룬드버그(Grey Lundberg)씨는 이 집들의 크기와 가격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했다고 말했다(약 4500 제곱피트에 시중가는 약 2만 달러다). 고급주택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주택 ‘그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소된 집 중 한 채를 관리하는 지정 부동산업자 패티 스미스(Patti Smith)씨는 “집을 지을 때보다 결국 화재 때문에 더 많은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됐다. 비극적인 아이러니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주택가를 건설할 때부터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건설공사에 반대를 표명했다. 지역수원과 주변 숲에 피해를 가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런드버그씨에 따르면 이러한 긴장감은 건설이 시작된 후에도 계속됐다. 일례로 지난 늦가을, 두 기의 중장비에 엔진을 부수는 등 고의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손상이 가하졌다. 런드버그씨는 사건장소에 아무 메시지도 없었지만 건설을 반대하는 이들이 저질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 2004년 ELF가 미국 내에서 저지른 에코테러리즘 피해액은 8000만 달러가 넘는다. 이들의 활동은 방화, 동물불법방출, 건물ㆍ장비 파괴행위를 포괄한다. <사진=위키피디아>

이 지역에서 자라 현재도 몇 블록 북쪽에 살고 있는 21세의 에릭 올슨(Eric Olsen)씨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건설공사로 비버댐(beaver dams)과 블랙우드 숲길(backwoods trails)이 파괴됐다고 원성을 토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포장길이 늘어나 오염물질이 지역하천으로 유입돼 연어들이 알을 까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올슨씨에 이번 화재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묻자 “사람이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런 식의 전술을 펴는 것을 지지하지는 않는니다. 그렇지만 개발이 너무 지나치게 일어났다”라고 주장했다.
“누구도 (이 주택개발을) 원하지 않았다.”

2004년 ELF가 미국 내에서 저지른 에코테러리즘 피해액은 8000만 달러가 넘는다. 이 중 5300만 달러에 해당하는 5차례의 사건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다. 이들의 활동은 방화, 동물불법방출, 건물/장비 파괴행위를 포괄한다.

<김태형 기자ㆍ자료=뉴욕타임즈, 워싱턴주 말트비(Maltby), King TV5, AP통신>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