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지역 광범위… 집단소송으로 장기화

▲ 송파구 가락동 한 아파트 위로 군용기가 지나고 있다.
서울공항 이전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수년간 지속된 가운데 정작 소음피해의 불똥은 송파구로 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공항은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군용비행장이지만 송파구 전체면적의 68%가 서울공항 비행안전구역으로 제한받고 있을 만큼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성남시 관계자는 “서울공항 관련 소음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우리도 국방부에 수차례 건의했지만 요지부동”이라고 밝혔다. 송파구 관계자 역시 “송파구민도 성남시민 못지않게 심각한 소음 피해로 인해 수년 전부터 주민궐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공항이전을 촉구해 왔다. 하지만 국방부 관할이라 접근에 제한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최근 낮 시간 송파구 가락동 지역을 관찰한 결과 30분간 무려 8대의 비행기가 아파트 상공을 지나는 것을 확인했다. 가락아파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일반 비행기 소음보다 군용기 소음이 특히 심하다. 저공비행이라도 하는 날엔 추락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가락본동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하루 수십차례 저녁 10시 이후까지도 비행기 소리가 심하게 들려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최근 송파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군용기 소음은 피해지역이 광범위해 집단소송 형태로 진행되는데다 일반 소음과 측정기준도 달라 장기전이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군산 미군 비행장 인근주민 1000여 명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첫 승소사례가 되고 있으며 당시 소음 기준은 80웨클(WECPNL) 이상이었다.

환경소송센터 관계자는 “그후 75웨클도 승소한 사례가 있어 아직 군용기 소음과 관련 정확한 기준은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미군 군용기의 경우 정해진 노선 없이 조종사 개인판단에 따라 비행을 하고 있어 더 피해가 크다”고 전했다.
또한 일반 소음과 달리 항공기 소음은 전문가에 의해 웨클 값으로 측정하며 현재 군산 2차 소송과 광주 광산구, 수원공항 등이 소음 감정 혹은 소송 진행중인 상태다.

한편 영국 글래스고우대 연구팀은 최근 ‘유럽순환기학저널’에 공항 근처 거주민이 고혈압과 관련 뇌졸중, 심부전, 심장마비 등 건강상 장애를 가질 위험성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국내에서도 무법지대에 놓인 군용기 소음피해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웨클(WECPNL):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항공기 소음평가시 권장하는 단위. 소리 크기만을 나타내는 데시벨(dB)과 달리 항공기 이착륙시 발생하는 소음도에 운항횟수, 시간대, 소음 최대치 등에 가산점을 부여해 종합평가한 값.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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