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건의 전체주의적 광기 비판
과학기술사회에서 생태적인 삶 살기 모색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사태는 생명공학에 대한 새로운 경각심을 불러오게 했다. 국익을 위해 윤리문제는 이차적으로 생각해도 되는 것인지, 과학이 권력과 자본에 의해 휘둘릴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황우석 사건은 잘 보여주고 있다. 더 나아가 검증되지도 않은 과학기술을 눈앞의 이익 때문에 위험성을 간과한 채 실용화를 서둘러도 문제가 없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환경운동가이며 생명공학의 위험성과 비윤리성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 온 박병상 박사의 과학기술사회와 생태적 삶에 관한 글을 모은 것이다.

황우석 사건도 과학과 자본 그리고 국가권력의 결탁이 빚어낸 결과이다. 국익이라는 미명 아래 한 과학자의 대국민 기만행위가 용인되고 심지어는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매국노로 매도당했다. 난치병 치료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이를 부정하고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이 되어야 했다.

이렇듯 일부 네티즌과 언론 매체의 무비판적 보도 태도에서 보여준 황우석 사건에 대한 전체주의적 광기는 현대 과학기술이 소수에 의해 독점됐을 때 비롯되는 소통의 단절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저자는 이에 과학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를 주장한다. 시민들이 과학기술에서 소외된다면 과학기술에 의해 생산된 상품의 이익은 자본과 권력에 주어지지만 만에 하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시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자는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자만의 몫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기존의 과학기술에 사회를 덧붙인 과학기술사회라는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한다. 이는 과학기술자와 기술관료에 의해 밀실에서 일방적인 논리로 결정되던 정책을 사회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과학기술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생태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그 대안을 모색한다. 생명공학기술이 만들어낸 유전자 조작 식품과 동물들에 의한 생태계 교란은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 생명공학의 토대가 되는 생명윤리를 경시하는 일부 연구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정부 관료들에 의해 그 위험성은 더없이 우리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저자는 희망을 놓지 않고 황폐화된 환경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존엄성이 무엇인지 근본주의적인 입장에서 탐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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