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낭비․하수처리효율 감소까지
막대한 예산소요 등 활용 비관적


▲ 서울시 역사에서 발생되는 유출지하수량만 14만톤에 이르는 가운데 활용방안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 역사에서 전용관로를 통해 인근하천으로 내보내고 있는 모습
서울 지하철(1~8호선)에서 하루 14만톤 이상의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 시점에서 버려진 물도 재사용해야 할 상황이지만 지하철에서 발생되는 깨끗한 지하수마저 하수처리장으로 직행하고 있는 것이다.

유출지하수는 지하 구조물 건설 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하수를 말하며 지하철 역시 굴착과정에서 지하수가 발생한다. 수질은 음용수로 이용할 정도는 아니지만 역마다 차이가 있으며 전반적으로 깨끗하다고 조사되고 있다.

현재 유출지하수의 일부는 지하철 지하수를 저장하는 집수정에서 하천까지 전용관로를 설치 후 흘려보내 하천 건천화를 방지하는데 쓰인다. 역사 내 청소 및 화장실 세정·도로청소용으로도 일부 사용되고 있고 도시 속 친수공간으로 변모한 청계천에 흐르는 물줄기에도 역사에서 나온 지하수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이용량이 지하수 발생량에 비해 극히 미미하며 대부분은 하수처리장에 고스란히 버려지는 실정이다.

하지만 수자원 낭비라는 측면 외에 또 다른 문제점도 안고 있다. 서울시에 위치한 총 4곳의 하수처리장은 슈도모나스(Pseudomonas)라는 미생물의 유기물 분해력을 이용한 ‘활성슬러지법’을 사용하고 있다. 미생물 의존도가 높아 비교적 깨끗한 물이 처리시설에 투입될 경우 하수처리효율이 떨어지게 되는데 하수가 희석될 경우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할 수 있는 산소량(BOD: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낮아져 활동이 둔화된다고 일부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하물며 중수도에 해당하는 지하철지하수가 대량으로 투입될 경우 처리효율 저하 및 비용 문제가 발생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렇다고 지하철 지하수를 활용하자는 주장 역시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지하철 건설 당시 유출 지하수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비용 문제로 무산된 후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용방안이 연구돼 왔다. 그 결과로 최근 냉난방 시설인 히트펌프시스템 가동용수로 이용된 사례도 있지만 현재까지 그 이용률은 턱없이 낮은 게 사실이다.

서울대학교 김준모 교수는 “지하철 유출 지하수가 수량과 수질에 전혀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것은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고 구축할 경우 많은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라며 현실적으로 이용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활용될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인프라 구축에 따른 엄청난 비용소요로 인해 유출지하수의 저장과 활용 모두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나마 서울시는 지하철지하수 수도요금을 내리고 홍보를 통해 이용을 장려하는 등 적극적 활용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자치구에서 지하철지하수를 하천 건천화 방지 등에 이용하고자 할 경우 수로 설치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게 돼 있어 예산편성에서 밀려나는 것이 사실이라며 한 관계자는 귀띔하기도 했다.

앞으로 수자원을 포함한 환경자원이 국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정작 국내 지하철 유출지하수라는 막대한 자원은 되레 천덕꾸러기로 오늘도 하수처리장으로 끊임없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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