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들은 대체 왜 멸종하는 것일까? 불가피한 운명일까 우연한 사고일까, 아니면 인류의 문화적ㆍ생태적 잘못 때문일까? 고생물학자들은 멸종의 형태를 배경멸종과 대량멸종으로 구분한다. 배경멸종은 항상 일어난다. 그것은 생물의 자연스런 숙명이다. 개체가 태어나서 한평생을 살다가 죽는 것처럼 각각의 생물이 속한 종도 처음 생겨나서 어느 정도 존속하다가 결국 사라진다. 배경멸종의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느리다. 대개 수백만 년에 걸쳐 일어난다.

그러나 대량멸종은 평소 때의 멸종과 달리 훨씬 자주 급격히 발생하며 그것이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다. 지구 역사에서 그런 대량멸종 사태는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2억5000만 년 전에는 대륙판의 이동으로 지구상의 생물이 90% 넘게 사라졌고 2억 년 전쯤에는 운석 충돌과 용암 분출, 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대부분의 지상생물과 암모나이트가 사라졌다. 이어 6500만 년 전에는 소행성 충돌과 그 여파로 공룡을 비롯해 지상의 생물 50% 이상이 절멸했다.

이 세 차례 대량멸종 사태가 있고 나서 현생인류가 자연계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우리는 네 번째 대량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이번의 위기는 종전처럼 자연현상 때문이 아니라 인류의 환경 파괴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지금의 멸종 사태는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대규모 멸종은 생물다양성 상실을 초래하고 이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 상실은 자연의 균형이 파괴되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 어류 및 야생생물 보호국은 식물 한 종이 사라지면 최고 30종이나 되는 곤충, 식물, 고등동물이 연쇄적으로 멸종할 수 있다고 본다.

생물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에게 의존한다. 물론 사람도 예외일리 없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 먹는 식량은 모두 다른 생물에게서 온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 프란츠 브로스위머는 멸종으로 인한 생물다양성 상실을 오존층 파괴나 지구온난화, 공해보다도 더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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