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네틀ㆍ수잔 로메인 저|김정화 역|이제이북스 출간

문화적 다양성과 생물학적 다양성 불가분의 관계
전 세계에 약 6700개 언어 분포해


인류학자이자 언어학자인 각 저자들의 공동 작업 끝에 나온 이 책은 언어인류학에서 매우 가치 있는 성과물로 평가받아 2001년 영국 응용언어학회(the British Association for Applied Linguistics)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

전 세계에는 약 5000개에서 6700개 정도의 언어가 분포해 있다. 하지만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100대 상위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10%가 무려 6000개 정도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어 분포 지도를 보면 적도를 중심으로 펼쳐진 열대 지역의 20개 주요 국가들이 무려 세계 언어의 70%를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인구의 21.5%를 차지하는 유럽은 고작 언어의 3%만을 사용할 뿐이다. 세계 언어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는 이 열대 지역은 지구상 전체 생물종의 50~90%가 서식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화적 다양성과 생물학적 다양성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생물언어적 다양성은 언어의 다양성과 생물다양성 간의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표현하는 말로 인간의 문화와 언어를 비롯해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종을 망라하는 풍부한 생명체들의 범위를 가리킨다. 그리고 생물언어적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계 인구의 4% 정도만을 차지하면서도 세계 언어의 약 70%를 사용하는 열대 지역이다.

생물언어적 다양성의 사멸은 생태계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인간 활동 양상의 한 부분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멸종이 대개 인간의 개입과 관계없이 발생했지만 농경을 시작한 신석기 시대 이후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생태계를 이용해 왔고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그것을 적극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언어의 사멸은 전 세계적인 생태계 붕괴 현상의 일부이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생물언어적 다양성의 위기는 언어가 지구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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