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은 ‘블루오션’… 과기부서 환경부로 배치
탄소추적시스템 개발 계획, 실용적인 기후정보 제공 등


“국민이 기상예보를 비판하는 건 그만큼 기상정보가 필요하다는 증거이다. 국민의 요구에 접근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3월 10일 취임한 정순갑 기상청장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계속되는 언론과 여론의 오보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하며 “예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2009년 슈퍼컴퓨터 3호기 도입을 위해 시스템 구성안을 확정하는 한편 오창과학단지에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를 착공하는 등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정 청장은 또 기후변화 대응은 ‘블루오션’이라며 기상청이 기후변화 과학의 주관부처로써 새로운 발전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순갑 청장과의 일문일답.

Q 신임 기상청장으로 소감 한 말씀
- 개인적으로 기상과 인연을 맺은 지 36년이 됐다.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쏟아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상청의 고유 임무와 기후변화 대책 마련에 빈틈없이 할 것이다.

지난 1월 중국의 폭설 2005년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국가적 재난 형태의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예방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 향상, 기상정보를 활용한 경제성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상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는 이제 일개 국가나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 공통의 문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변화를 재앙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새 정부도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블루오션인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기상청은 기후변화 과학의 주관부처로서 새로운 발전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Q. 기상청 운영방안에 대해 설명하자면
- 최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하겠다. 기상청 서비스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은 예보다. 국민의 요구는 이제 우리의 기술력 향상 추세보다 앞서 가고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수요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역량을 최대로 결집할 수 있는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우수하고 다양한 인력은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우수한 인력을 갖췄어도 서로 협력하지 않는 문화라면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Q 기후변화 대응에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기상청의 추진 계획은
- 최근 세계적 이슈가 된 기후변화 문제를 국가적으로 효율적으로 대처하려면 관련부처의 업무를 일원화해 기후변화 대응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새 정부는 이에 따라 기후변화 감시와 예측자료를 근간으로 과학 분야를 담당하는 기상청을 기후변화 적응분야의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외청으로 변경해 기후변화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협력 환경을 만들었다. 이로써 기후변화 대응에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한다.

Q 예보 정확도를 높이고 기후변화 대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 예보정확도를 높이는 문제는 기상청이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부분이다. 여름철 갑자기 비가 쏟아지거나, 겨울철에 눈보다는 비가 올 기상조건인데 눈이 내려 쌓여버리거나, 또 오늘 저녁쯤 비나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시작 시기가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하는 문제들이 예보가 틀리는 부분이다. 아직 현대 과학으로도 언제 어디서 얼마만큼 올 것 인지 100%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높이려면 현재보다 관측망이 더 늘어야 한다. 특히 해양기상관측망 확충, 위성, 레이더 원격탐측기술을 높여 관측자료를 더욱 확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수치모델 초기 입력 자료가 많아져 예보는 더욱 정확해질 수 있다. 그와 더불어 슈퍼컴퓨터의 계산 처리 능력이 더 좋아져야 한다. 또한 슈퍼컴퓨터에 내장된 수치모델이 실제 자연과 접근할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 이러한 분야에 치중해 노력할 예정이다.
예보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예보관의 능력 향상을 위해서 마련된 기존의 정책이 잘 실천되도록 할 것이다.

기상청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다. 향후 100년간 기후가 얼마나 온난해지고, 재해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예측해 관련기관 및 지역에서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부근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의 농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아시아 지역의 온실가스 농도를 감시할 수 있는 탄소추적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Q 최근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자원절약형 국가발전방안과 기후변화 적용전략에 대한 논의가 급속히 전개되고 있다. 기상청에서 준비하거나 시행중인 정책이 있다면
- 기후변화는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이미 서귀포에서 재배하던 한라봉이 남해안에서 수확되고 있다. 겨울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우리의 옷차림도 바뀌고 있다. 비가 오면 편의점에서 잘 팔리는 품목이 달라진다. 냉방시설은 여름철 폭염을 견디기 위해 필수적인 아이템이 됐다. 이와 같이 기후와 관련된 산업은 매우 많다. 그러므로 기후정보를 보다 효과적으로 사용해 소비자의 수요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고 남들보다 앞서가는 만큼 산업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분야에 보다 실용적인 기후정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앞으로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

Q 기상이변으로 발생하는 홍수, 황사 등 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빠른 기상예보가 중요한데 예보가 빗나가 언론이나 국민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개선책이 있다면
- 기상청의 예보정확도와 국민의 예보에 대해 체감하는 만족도에는 차이가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다. 사실 정확히 따져보면 기상청의 예보가 항상 틀리는 것만은 아니다. 몇 년간 예보정확도를 평균해보면 약 85%의 적중률을 보이는데 약 15% 정도로 빗나갈 때가 문제다. 이 15% 정도 틀리는 이유를 기상인 입장에서 과학적으로 말하자면 예측성의 한계로 나타나는 기상현상 때문이다. 예보정확도는 단시일 내 끌어올릴 순 없다. 물론 예보정확도를 높이고자 앞으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지만 생산된 정보를 전달하는 부분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싶다. ‘서울경기 곳에 따라 한때 비’라고 표현하던 예보를 정량적으로 상세하게 표현하는 ‘디지털예보’를 조기에 정착할 것이다.

<정리=김선애 기자·사진=기상청>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