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벌레의 시체를 가져와 이름을 묻는 사람에게 왜 죽였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무엇인지 몰라 죽여버렸다”고 대답한다. 우리는 왜 벌레를 보면 두려워하고 없애지 못해 조바심을 내는 것일까? 왜 벌레가 나타나기만 하면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바라보는 것일까?

우리는 다른 존재(환경)를 대할 때 대부분 이런 잣대를 들이댄다. 나에게 이로운 것인가, 아니면 해로운 것인가. ‘좋다’와 ‘나쁘다’는 구분은 바로 그 잣대로 저울질한 끝에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나쁘다’는 낙인을 찍어버린 것들에는 좀처럼 고운 눈길을 주지 않는다.

벌레는 우리가 ‘나쁘다’는 낙인을 찍어버린 것 가운데 하나다. 물론 농작물을 갉아먹거나 해서 인간에게 손해를 입히는 해충을 잡아먹는다는 이유로 익충으로 불리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벌레라는 존재 자체가 없었으면 한다. 물론 벌레에게만 그런 잣대를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존재들에 대해서 그런다. 그 결과 벌레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다른 외부세계와의 관계도 삐걱거리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벌레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도록 몰고가는 두려움이 본능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임을 보여준다. 근거 없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편견의 대물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편견을 더욱 부추기는 선전과 선동에서 벗어나는 길을 제시하는 이 책은 벌레들과 새로운 관계를 통해 우리 자신과 나아가 이 세상과 새롭고 건강한 관계 맺기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또 저자는 벌레들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그 물음을 제기하면서 해답을 던진다. 벌레를 소재로 삼기는 했지만 조안 록은 이 책에서 벌레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거기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을 제시한다. 자신의 안전을 위해 무턱대고 자신과 ‘다른’ 존재를 파괴하기보다 그들을 이해하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곧바로 바퀴벌레나 파리, 모기와 평화롭게 공존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살충제를 살 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이들처럼 벌레들과 대화를 시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또는 조안 록이 진행하는 ‘벌레처럼 생각하기’ 수업에서 벌레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롭게 관계맺기를 시도하는 아이들처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을 뜨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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