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세계환경기구(WEO) 창설로 엄격한 국제 환경 체제 주장

<아침의 붉은 하늘>은 <침묵의 봄> 이후부터 현재까지 인류가 지구 환경 위기에 어떻게 대처했는가를 일목요연하게 조망하는 책이다. 아울러 환경 악화에 관한 주요 쟁점과 미래 대안을 망라하고 있는 현 시대 환경 문제에 관한 총체적인 보고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제임스 스페스는 1960년대 말 예일 대학 법대 졸업 후 천연자원보호협회(NRDC)를 설립해 환경운동에 투신했고, 카터 행정부 시절 환경질위원회를 이끌면서 1970년대 미국의 친환경 노선을 선도했던 인물이다.

저자는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해양 환경오염, 삼림 파괴, 물 부족 등과 같은 중대한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보여준 지금까지의 대응 방식을 ‘실패’로 규정한다. 그리고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정밀하게 ‘해부’한다.

국제 협상에서는 경제적 이익과 환경적 이익의 대립, 선진국과 제3세계 간의 이해관계 충돌로 합의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절충과 타협을 할 수밖에 없고 기간도 오래 걸려 조약의 효력이 반감되기 일쑤다. 가령 대표적인 오존 파괴물질인 CFC는 단계적 사용 금지에 합의하는 데 10년이 걸렸고 실제로 금지되기까지 다시 10년이 걸렸다.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교토 의정서도 채택되기까지 10년이 걸렸지만 배출권 거래 등 신축성을 허용하는 제도 도입으로 조약 자체가 약화됐을 뿐 아니라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끝내 비준하지 않아 실효를 거둘지조차 의문이다.

저자는 무기력한 현행 국제 환경조약 체제로는 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세계무역기구(WTO)처럼 강력한 세계환경기구(WEO)의 창설과 엄격한 규제조항이 포함된 조약 체결을 통해 국제 환경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시적인 증상보다는 환경 악화의 근본 원인을 직접 다루는 포괄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정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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