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세상으로부터 은거하기 위해 들어간 서강이 다시 나를 세상으로 불러냈다’고 고백하는 이 책의 저자는 ‘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 안에서 서강에서 그와 동거하고 있는 딱새 박새 비오리 물총새 물까마귀 등의 다양한 새들과 질경이꽃 은방울꽃 금낭화 소나무 은행나무 달맞이꽃 민들레 등의 식물들, 배짱이와 개미 등을 포함한 여러 곤충들, 산토끼나 너구리 같은 산짐승들을 주인공으로 소개한다. 이들이 보여 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이 책에서 봄(땅에서 향기가 피어나는 계절), 여름(물 위로 새들이 솟아나는 계절), 가을(빛깔이 눈을 뜨는 계절), 겨울(씨앗이 하늘을 나는 계절) 등 사계절로 나누어 재구성된다.

학술적이고 관찰자적인 입장과 서술로는 결코 읽어 낼 수도 담아 낼 수도 없는 이야기들, 자연 속에 파묻혀 직접 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만이 보고 듣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친숙한 구어체의 목소리로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새집, 벌집 등 자연이 살다간 빈 둥지들을 주워 집 안에 모아 놓는 취미를 가진 저자는 어느 날 처마 밑에서 장수말벌집을 떼어 낸다. 집주인들이 떠나간 빈 벌집 안에 딱새가 보금자리를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딱새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서 며칠 후 외출했다가 돌아온 그는 현관문을 여는 순간, 딱새가 창틈으로 들어와 신발장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는 장면과 마주친다. 딱새를 놀래지 않기 위해 집을 출입할 때마다 남의 집에 든 양 몸가짐을 조심해야 했던 그는 두 번 나갈 것 한 번만 나가게 되면서 집 안에 갇힌 꼴이 되어 버렸고 멀쩡한 현관을 놔두고 도둑처럼 창으로 넘어 다니곤 했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저들의 모습을 엿보던 즐거움, 자연과 함께 사는 행복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밖에도 한겨울에 산속에서 그의 집 앞 현관까지 뛰어왔다가 주인이 없어 돌아간 듯한 산토끼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내년엔 꼭 산토끼의 세배를 받으리라’ 다짐했다는 등의 작가의 다채로운 경험담들은 독자들을 신비로운 자연 세상에 새로이 눈뜨게 한다.

<김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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