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적이고 관찰자적인 입장과 서술로는 결코 읽어 낼 수도 담아 낼 수도 없는 이야기들, 자연 속에 파묻혀 직접 그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만이 보고 듣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친숙한 구어체의 목소리로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새집, 벌집 등 자연이 살다간 빈 둥지들을 주워 집 안에 모아 놓는 취미를 가진 저자는 어느 날 처마 밑에서 장수말벌집을 떼어 낸다. 집주인들이 떠나간 빈 벌집 안에 딱새가 보금자리를 만들어 놓았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딱새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서 며칠 후 외출했다가 돌아온 그는 현관문을 여는 순간, 딱새가 창틈으로 들어와 신발장 위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는 장면과 마주친다. 딱새를 놀래지 않기 위해 집을 출입할 때마다 남의 집에 든 양 몸가짐을 조심해야 했던 그는 두 번 나갈 것 한 번만 나가게 되면서 집 안에 갇힌 꼴이 되어 버렸고 멀쩡한 현관을 놔두고 도둑처럼 창으로 넘어 다니곤 했다. 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저들의 모습을 엿보던 즐거움, 자연과 함께 사는 행복함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 밖에도 한겨울에 산속에서 그의 집 앞 현관까지 뛰어왔다가 주인이 없어 돌아간 듯한 산토끼의 발자국을 바라보며 ‘내년엔 꼭 산토끼의 세배를 받으리라’ 다짐했다는 등의 작가의 다채로운 경험담들은 독자들을 신비로운 자연 세상에 새로이 눈뜨게 한다.
<김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