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기후변화 문제는 이제 지구촌 최대의 관심사가 되었다. 최근 기온이 올라 홍수, 한발 피해가 심해지는 상황을 두고 ‘지구적 안보상황’을 운운하는가 하면 어떤 단체에서는 지구온난화는 과학이나 경제 이상의 문제로 지구온난화를 방치하는 것은 ‘인권유린’이라며 기세를 높인다. 전자는 지금처럼 지구의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면 지구 전체적으로 생물-물리-화학적인 혼란이 야기될 것을 경고하는 것이고, 후자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특히 저소득층의 생활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사회정의와 세계 빈곤층에 대한 인권의 문제’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
이런 뜨거운 관심 덕에 기후변화 문제가 널리 알려졌지만 너무 빨리 끓어오른 관심은 사실을 제대로 아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우선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를 혼동하는 것이 문제이다. 지구 역사를 살펴보면 과거에도 기후변화는 있어 왔다. 다만 그 때에는 지구의 기후시스템이 변하면서 비교적 서서히 변한 반면 지금은 인간이란 단 한 종에 의해 폭발적일 만큼 빠른 속도로 변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기후변화(Climate Change)’란 기후시스템이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에 의하여 변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적 요인에는 대기, 해양, 바다 얼음, 육지와 이들의 특징인 식생, 반사도, 생물체와 생태계, 눈이 쌓인 정도, 육지 얼음, 물 수지 등의 내적 요인과 화산에 의한 성층권의 에어로졸 증가, 태양 활동의 변화, 태양과 지구의 천문학적 상대위치 등의 외적 요인도 포함된다. 인위적 요인에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 배출, 도시화 산업화에 기인한 대기 에어로졸 변화로 태양 복사열의 반사와 구름의 광학적 성질의 변화, 과잉 토지 이용이나 연료채취 등에 의한 토지 피복의 변화, 산림파괴로 산림의 기후 완화 및 물 순환 기능의 변화 등이 포함된다.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란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아산화질소, 오존 및 프레온가스 등)의 증가로 인하여 지구에서 방출되는 열이 우주로 빠져 나가지 못하고 지구시스템에 과도하게 흡수됨으로써 ‘자연적 온실 효과’에 의한 적절한 온도보다 지나치게 더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에 의하여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적절한 양을 초과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온실효과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는 같은 말이 아니다. 우리는 자연 상태에서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살게 되지만 지구온난화란 우리가 야기한 심각한 재난인 것이다. 이 점을 확실히 알아야 지구온난화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

지구시스템에 대한 이해 선행돼야
이 대목에서 온실효과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 때문에 온실효과가 몹쓸 현상으로 매도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온실효과는 인간이 지구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수적인 현상이다. 만약 지구에 대기가 없어 온실효과를 얻을 수 없으면 지구의 평균 온도는 약 -20℃로 추정된다고 한다. 대기의 온실효과 때문에 지구의 평균 기온은 약 15℃를 유지하게 되어 생물이 살기에 쉬운 조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구의 바로 바깥쪽을 도는 화성은 대기가 엷기 때문에 적도부근에서도 평균 기온이 -60℃로 매우 낮다. 기후변화나 온실효과가 나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분별한 활동 때문에 그 균형이 깨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서는 기후시스템을 대기권, 수권(水圈), 생물권, 지질권 그리고 서로간의 상호작용의 총합으로 정의한다. 이것을 앞에서 설명한 기후변화의 자연적 요인과 비교해보면 기후시스템은 거의 지구시스템과 같이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시스템에서 일어나는 모든 기상현상의 원인은 태양에너지이다. 태양에너지는 지구의 구름이나 대기 중의 수증기를 데우는데 20%, 지표를 데우는데 49%가 쓰이고, 구름에 의해 외계로 반사되는 양이 22%, 지표의 눈 등에 의해 반사되는 양이 9%에 달한다. 이렇듯 지표와 대기를 합해 69%의 태양에너지를 매일매일 받는데도 지구가 무한정 따뜻해지지 않는 이유는 받은 것과 같은 양의 열에너지가 외계로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공기가 태양에너지로 따뜻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양에 의해 따뜻해진 지표에 의해 데워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지표 부근에서 데워지는 공기는 가벼워지고 상공에서 식은 공기는 무거워진다. 특히 수증기를 함유한 공기가 상승하면 구름이 발생해 날씨를 바꾸게 된다. 이런 공기의 상하 이동은 태양에너지를 수직적으로 배분하고, 더운 바다에서 발생한 태풍은 수평적으로 태양에너지를 배분해 결국 지구전체를 연결하는 것이다. 인간은 태풍을 힘들어 하지만 태풍도 나름대로 지구의 평화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교류가 없이 에너지가 한쪽에 쌓이기만 하면 나중에는 더 극단적인 일이 벌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 지구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한 후에야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 떨어진 히말라야 산맥 때문에 우리가 겨울에 차가운 북서풍을 맞게 되고, 지구시스템과 결합해 발생한 편서풍은 북유럽과 동북아시아의 기후를 반대로 엮어내며, 페루의 난바다에서 일어나는 엘니뇨 현상은 세계 각지의 기상을 좌우하며, 해류는 지구 각지의 기온차를 줄여서 기후를 안정시키고 해양의 대순환은 지구의 바다를 전부 연결한다. 이제 기후변화가 지구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인문학적으로도 지구는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문제는 여럿과 하나의 통합 관계를 볼 수 있는 안목이다.

CO₂통조림 나무에도 '사용법'이 있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를 지구온난화의 일환으로 보는 견해가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럽의 폭염, 미국의 대형 허리케인, 브라질의 가뭄, 아시아의 수해, 우리나라의 물난리와 폭염, 자연재해는 이제 목록을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해지고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이 지난 20세기에 지구 평균기온이 약 0.74℃ 증가한 결과라는 것을 감안할 때 학자들의 예측대로 4℃나 6℃가 상승한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세계기구에서도 대략적인 예측만 하며, 어느 정도 올라가면 어떻게 되겠지만 더 올라가면 그와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경향만 제시하고 있다(표). 특히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문제는 평균이 아니라 변동 폭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략적인 평균값만 예측하고 변동 폭은 가늠하지 못한 채 평균이 올라가면 변동 폭은 더 커진다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이다. 기상재해는 대부분 평균값이 아니라 극값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셈이다.



▲ 지구온난화에 따른 영향 예측


사실 예측만 따질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자연 변화는 견뎌내야 하고, 인위적 변화는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행동을 하기 위해서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특히 나무와 관련해서 논란이 많다. 온실가스를 막기 위해서 나무를 잘 키워야 한다. 그렇다고 일부 주장처럼 목제품을 안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기 위해서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에 솎아베기도 필요하다. 또 지속가능하게 경영된 나무는 수확해서 쓰는 것이 유리하다. 목제품을 사용하면 화석연료를 사용하거나 알루미늄이나 철을 쓰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더 줄일 수 있다. 목제품을 만들 때 보다 철은 190배, 알루미늄은 786배의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배출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목제품은 이산화탄소 통조림과 같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자르면 안 된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슬기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나무가 벌채된 후에도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않고 오래오래 담아두도록 잘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 부패를 방지할 수도 있고, 아끼고 보존해서 오래 가도록 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나무의 전 생애 평가(LCA: Life Cycle Analysis) 방법을 도입해 목제품의 수명을 연장시키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제품의 순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의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모두 평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나무의 생장도 산림생태계와 잘 결합되도록 시스템적 조화를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사람도 숲에 의존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와 숲이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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