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의료정보‧민간요법 병 악화

‘다른 친구들처럼 치킨이랑 햄버거 좀 맘껏 먹어봤으면… ’
재민이에게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그림의 떡’이다. 백일 무렵부터 진행된 아토피 때문이다. 햄버거나 불고기는 입에 댄 적도 없다. 좋다는 민간요법은 안 해본 게 없고 한약도 먹었지만 나아지질 않았다.

▲ 염혜영 서울의료원 아토피클리닉 과장이 진료중인 모습. 지난 3월 개설 이후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러던 중 친구소개로 찾은 서울의료원 아토피 클리닉에서 깜짝 놀랄 소리를 들었다.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상태며 피부와 영양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인해 악화된 피부에는 단기간 국소 항생제 및 스테로이드 처방이 필요했고 피부 보습에 대한 세심한 관리도 요구되는 상태였다.

검사 결과 재민이는 다행히도 계란, 생선, 콩, 땅콩, 밀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민간요법으로 인해 음식물섭취를 제대로 못해 영양 결핍까지 겪은 재민이는 이제 치킨과 쇠고기 국을 먹을 수 있게 됐다.

그간 재민이를 돌보느라 정신적으로 지친 엄마도 임상 심리사 선생님과 면담을 통해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을 나설 수 있었다.

지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통계에 따르면 환경성 아토피 피부염 질환자는 21%로 급격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중 항간에 퍼진 잘못된 의료정보 및 민간요법으로 인해 병을 더 키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장기간 치료로 인한 의료비 부담 역시 만만찮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까페 중 아토피 관련 모임이 가장 많다는 점은 아토피가 이미 국민 생활 속에 깊숙이 침투한 고통임을 방증한다.

지난 3월 개설된 시립서울의료원의 아토피 클리닉이 이런 고민들을 적극 수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인기다.

의료원은 ‘아토피 전담’ 전문의 및 영양사는 물론 심리상담사와 사회복지사들도 상주해 과학적 통합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같은 비용으로 전문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식단까지 조언 받을 수 있어 시민들의 서비스만족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설 이후 공휴일 없이 24시간 전격 가동해 온 의료원의 지난 4개월간 총 진료 환자는 1426명. 이들 중 상당수가 재진을 받는 환자라는 점이 의료원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신뢰를 보여준다.

서울의료원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 속에 서울시는 오는 2010년 환경성 질환전문센터도 설립하고 보건소 및 시립병원들과 연계한 환경성 질환 예방 및 진료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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