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문제, 영리병원은 시기상조
정부정책 대국민 신뢰회복이 우선

식코를 기억하실 것이다. 가장 잘 산다는 나라의 민간 의료보험제도의 부조리를 고발한 영화다. 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돈 없으면 죽어야 하는 미국의 의료 정책과 사람의 목숨을 걸고 장사를 하는 의료보험 민간조직의 기막힌 작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판 식코가 탄생할 것인가. 우리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안'을 확정하면서 제주를 의료개방 선진화의 시험 무대로 정하고 영리의료법인 설립을 사실상 허용해 의료 선진화 정책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외 민자 유치로 우수 의료기관을 유치함으로써 의료산업 인프라를 개선하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다는 이유를 밝혔고, 특히 제주의 관광자원과 결합한 의료관광지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이에 건강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제주 영리병원 허용은 결국 전국으로 확산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것이고, 정부에서 계획하는 의료관광지는 현실을 무시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어느 정권에서든 의료서비스는 국민 기본권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이것은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사회의 기본 전제여야 한다. 국민의 보건환경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의료정책은 국민정서상 용납되지 않을 일이다. 또한 자본논리에 따른 영리병원의 출현은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서열화 문제를 풀 수 없다. 병원의 서열화, 유명 의료인 영입경쟁, 유전무전에 따른 계층 간의 위화감, 비인기 검진과목의 발전 저해 등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갈망하는 환자들로 인해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광우병 사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국민이 지닌 건강권에 대한 욕심은 지나치리 만큼 크다. 정부의 정책 추진에 있어 영리병원 출현이 의보 민영화로 가는 첫 단계라는 국민의혹을 해소하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이일을 추진하다가 또 다시 대규모 국민저항을 불러오지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부자들만 찾는 병원으로 인해 의료제정이 좋아지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상의료 혜택이 돌아가면 좋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사안은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경쟁을 부추기는 체제를 ‘선진화,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결국 이 일은 공공성과 공공재의 개념과 범주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대한 인식의 차이일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제주도에 몇 개의 병원만 영리법인이 된다면 왜 반대하겠는가. 해외 의료원정 대신 제주도에서 치료받게 하겠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이 일은 정부가 국민의 믿음과 지지를 회복한 뒤 다시 협의과정을 거쳐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권이 영리병원 부재로 인해 침해받는 상황이 아니라면 신뢰 회복이 우선일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정권 초기에나 들을 수 있었던 얘기로 끝 맺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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