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이 매우 긴밀한 관계라는 것이 중요하게 부각되면서 유엔총회에서 지난 2007년 5월 22일을 국제생물다양성의 날로 공포하고 이를 계기로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에서는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발표했다. 이들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결과이므로 산림과 관련된 사항을 발췌 요약했다.

지구의 풍부한 생물다양성은 항상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 왔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경이로운 생물의 세계도 주로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패턴에 적응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생물다양성에 가장 큰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지구온난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세기에 일어날 지구온난화는 과거 지구가 적어도 1만년 동안 경험한 어떤 것보다도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은 이런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도, 더 적당하게 생존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인간이 자연환경을 크게 변화시킴으로써 생물이 과거의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던 능력을 감소시키는 것도 큰 문제이다. 더구나 질소 성분과 같은 양분의 과다집적으로 인한 오염, 외래침입종의 도입, 야생생물의 과다수확 등은 생태계의 회복력을 감소시킴으로써 기후변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능력을 떨어뜨린다.

이런 문제는 생물다양성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에도 큰 장애가 된다. 특히 시
골의 가난한 이들은 생태계의 훼손에 더 민감하다. 예를 들면 작물의 생육에 적합한 토양 형성, 약용식물의 활용도, 수자원 제공 그리고 생태관광으로부터 얻을 수있는 모두 하찮아 보이는 미생물부터 거대한 맹수까지 모든 생물 간의 상호작용과 생명의 그물이란 바탕에서 창출된다. 이런 기능들이 훼손되면 시골의 가난한 이들은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잃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가난한 이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생물다양성의 역할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

생물다양성은 식용, 약용 생물 등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이용되기도 하지만 토양형성, 수질정화, 대기정화 등과 같이 대부분 생태계의 과정을 거쳐서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 준다. 특히 생태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식용 생물이 더 맛있어지고 약용 생물의 약성이 더 강해지는 경우가 많다.
생태계의 건강과 인류 복지 간의 관계를 평가해볼 때 기후변화는 금세기 말까지 생물다양성 훼손의 직접적인 동인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기후변화는 토지이용 변화 및 외래종 확산의 영향을 받아 여러 생물의 이동능력을 제한할 것이기 때문에 생물종의 절멸을 촉진시킬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이미 현실이다. 지금 바로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중지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온난화는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 바로 지구온난화 완화와 적응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과거에도 생태계가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왔지만 현재의 변화는 역사적으로 유래가 없이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가 빠르면 빠를수록 인류와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은 커진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이런 충격을 줄이고 우리 시스템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는 길이다. 산림파괴와 과도한 목축과 같이 환경을 열악하게 하는 활동은 지구온난화의 악영향을 더 부추기게 된다. 세계 각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어려운 환경(범람원, 노출된 언덕, 건조 지대)에 살면서 지구온난화의 악영향에 더 많이 노출된다. 이런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의 폭이 좁아도 생명유지와 생계에 재앙을 초래할 정도로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다. 매우 특별한 기후 조건에 적응한 생물도 마찬가지라서 기후 조건이 조금만 변해도 절멸해 우리는 이 종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 천왕봉 부근에 있는 가문비나무와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의 구상나무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의 관계는 양방향으로 작용해 생물다양성이 기후변화에 의해 훼손될 수 있지만, 생물다양성을 잘 관리하면 기후변화의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생물다양성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 적응과 완화 전략을 채택하면 생태계의 회복력을 키우고 인류와 자연 생태계에 미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적응과 완화 활동으로는 1)자연 생태계의 유지 및 복원 2)생태계 서비스의 보호 및 조장 3)절멸 위기 종의 서식처 관리 4)피난처와 완충지대 조성 5)기후변화 추이를 감안한 육상, 담수 및 해양보호지역 내외 네트워크 구축 등을 들 수 있다. 지구온난화가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증거로 1)생물 분포의 변화 2)절멸 속도 증가 3)생식 시기의 변화 4)식물 생육기간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산림은 특히 지구온난화에 민감하다. 기온이나 강수량이 조금만 변해도 나무의 생장은 큰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1℃ 상승하면 숲의 기능과 수종 구성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숲에 서식하는 대형 동물의 많은 종과 대형 유인원의 50% 그리고 알려져 있는 수종의 거의 9%가 이미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나무는 기후조건이 변함에 따라 극지방으로 이동하는 능력이 제한돼 있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올라가면 어떤 수종은 생장이 촉진되지만, 지구온난화는 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범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생육범위를 변화시킬 수 있다.

그 결과 어떤 수종은 죽어 없어질 수도 있다. 캐나다의 흰가문비나무(white spruce) 집단은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이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산림은 병해충과 산불의 피해를 더 많이 받아 침입종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영국에서는 원래는 월동을 하지 못해서 나타나지 않던 해충이 새로 관찰되는 지역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소나무재선충의 북상, 주홍날개꽃매미의 대발생 등 과거에 없던 해충이 새로 출현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병해충의 자연적 조절, 꽃가루받이와 종자 산포와 같은 산림생태계의 기능적 요소도 보전해야 한다. 사소한 과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이 막대한 기능을 수행한다.

산림은 육상 식생에 저장돼 있는 탄소의 8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보전해야 한다. 매년 산림벌채로 인해 약 17억 톤의 탄소가 대기로 배출되고 있다. 따라서 산림을 잘 보전하면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산악 지역은 대지의 27%를 점유하고 있고 세계 인구의 22%를 부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악 생태계에 독특하게 진화해 적응하면서 산악 주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수한 생물들을 품고 있다.
산악 지역은 과도한 목축, 토지 방기나 잘못된 관리와 같은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이미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 회복력을 잃고 있다. 산악 생물은 기온 상승에 대응해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하는데 매우 한정된 제약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산악 섬(mountain islands)’에서는 고유종이 우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기후변화는 산 정상에 갇혀 있게 되는 산악 종을 절멸시키거나 사라지게 하기 때문에 산악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알프스의 어떤 식물 종들은 십년에 1~4m씩 올라가고 있는데, 전에 산 정상에서만 발견되던 식물들은 이미 없어지고 있다. 더구나 빙하가 줄어들면서 산악의 수분보유량을 바꿔서 하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다.

고지대와 저지대 관리 전략을 연결시키는 활동들이 적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산악 유역관리와 수평적 수직적 이동통로 구축이 포함된다. 다른 적응활동에는 훼손된 생태계의 복구,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압력 경감, 남벌 방지 등도 포함된다.



▲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킬리만자로 산의 만년설이 녹는 것이다. <사진=사진 2007 Secretariat of the Convent>


기후변화가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킬리만자로 산의 만년설이 녹는 것이다. 남은 만년설도 20년 내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제주도 곶자왈의 식생. 산림의 생물다양성은 생명의 그물을 만들어 외부 환경변화를 완충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사진=신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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