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산 대상…4개년 계획 추진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서울의 자연생태 복원 사업 추진 여부가 불투명해져 자치구의 불만을 사고 있다.
최근 서울 관악구 관계자는 “도로공사로 인해 산 사면이 절개된 지역의 에코브릿지 조성 사업을 위해 여기에 투입될 시비를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시에서 확답을 주지 않아 사업이 답보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에코브릿지 사업에는 수십 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필요한데 자치구 해당부서의 일년 예산은 고작 수억원 대로 구 자체 비용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관악산~까치산 에코브릿지, 가운데로 산책로를 내서 양측 공간이 협소하다.<사진=서울시> |
서울시 관계자는 “도심의 주 이용객은 사람인데 작은 동물들의 에코브릿지를 만든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공감대를 만들기 어렵다”며 “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생태적인 측면을 가장 우선시해서 인프라를 구축하면 바람직하지만 실제로 비용 및 효율성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예산 확보‧실제 효과가 문제
에코브릿지(생태통로) 사업 비용은 최소 30억원 규모이다. 유수지 사업에는 4억~5억원이 들어간다고 비교해 볼 때 에코브릿지 사업은 자치구가 추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사업이다. 따라서 자치구에서는 에코브릿지 사업비에 대해서는 많은 부분을 서울시 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 매봉산~금호산 에코브릿지. <사진=서울시> |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안에서 에코브릿지라는 테마를 가지고 동물 개체 수, 서식면적, 이동경로 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에코브릿지의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워 예산 확보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서울시 내부의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이제까지 만들어진 에코브릿지는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노원구 공릉동 공릉터널, 상계동 덕릉고개 동물이동로, 강북구 번동 오동근린공원 연결다리, 금천구 시흥동 호암1터널, 구로구 궁동 궁동터널, 마포구 성산동 매봉산~월드컵경기장 녹지축 연결, 도봉구 창동 초안산 연결다리, 동작구 대방동 노량진근린공원 생태통로, 동작구 사당동 까치산근린공원 생태통로, 중구 신당동 매봉산~금호산 생태통로, 관악구 남현동 관악산~까치산 자연길, 동작구 흑석1동 서달로 녹지축 연결로 사업이 모두 그러하다.
“녹지축 복원에서 에코브릿지로”
▲ 흑석1동 서달로 에코브릿지. <사진=서울시> |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12개 사업에 대해 “지금까지의 사업은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추진됐다”고 인정했다.
시 관계자는 “내년 사업으로 계획하고 있는 양재천 너구리 생태통로조성은 너구리들의 생태환경 반경 및 이동거리 등을 고려해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인근 대모산 및 달터근린공원이 도시계획 과정에서 5~6곳 단절됐는데 이 때문에 너구리들이 먹이를 찾아 이동하면서 돌아가지 못하고 양재천 근처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동물이동통로에 대해서는 동식물생태측면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에코브릿지가 작은 동물들의 생태이동통로로 역할을 하려면 산책로를 가운데로 내는 것보다는 측면으로 내서 동물이동통로를 비교적 조금이라도 넓게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설명했다.
▲ 흑석1동 서달로 에코브릿지. 산책로를 옆으로 내서 동물이동통로 폭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사진=서울시> |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수락산, 관악산 등 서울의 5대 큰 산을 대상으로 생태조사 연구중이다. 매년 5개 산을 대상으로 4개년에 걸쳐 조사 연구할 계획이며 이달 중 일차연도 결과가 발표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생태조사 연구결과를 토대로 이제까지 서울시가 추진해온 녹지연결사업이 본래 의미의 에코브릿지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송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