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보일러 배기가스 규제기준 미비

가스의 수요 증가와 더불어 가스보일러로 전환이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배기통 설치기준법이 미비하고 유해 배기가스에 대한 명확한 규제기준이 없어 문제가 일고 있다.

▲ 배기통이 피해가옥과 매우 인접해 있어 배기가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건축법상에는 저촉되지 않는 거리이기 때문에 강제조치를 취할 수 없다.
지난 7월초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다가구 주택 집주인 양모씨는‘배기통에서 나오는 폐가스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해당 구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제기했다. 오후만 되면 나타나는 두통과 메스꺼움, 소음으로 고통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6월부터 이런 증상을 느낀 양씨는 세입자들도 같은 문제로 피해를 입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전후 상황을 파악했다. 알고보니 새로 증축한 6층 규모 사회복지법인시설의 가스보일러 배기통이 양씨의 집 현관문과 세입자들의 창문 높이에 설치된 후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것.

이에 해당 구청에 민원을 넣은 결과 일주일 후 사회복지법인시설 건축주는 배기통을 건축법에 맞게 공사하라는 구청의 지시를 받고 배기통을 양모씨 집 처마까지 올렸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아 다시 민원을 제기했지만 금천구청 관계자는 “재설치한 배기통 위치는 건축법에 저촉되지 않다”라는 답변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이에 4, 6세의 어린자녀를 둔 세입자는 “배기통의 폐가스로 아이들이 자칫 잘못될까 두렵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겨울에는 더 심할 것 같다. 불안해 이사를 가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양씨와 세입자들은 “배기통을 다시 설치해 조금 높였다지만 배기통은 여전히 현관문과 창문을 향해 매우 근접해 있어 피해를 계속 입고 있다”며 속을 끓이고 있었다.

주위 환경이 고려되지 않은채 설치가 됐어도 강제조치를 할 수가 없어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설치기준인 전방으로 약 1.5m 떨어지고 개구부와 60cm 이상이면 시공상의 하자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기가스의 피해를 덜하기 위해 배기통을 건물 꼭대기까지 높일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가스보일러직관 배기통의 길이에 따른 폐가스(CO)농도 고찰’ 논문엔 배기통 길이는 최대한 짧게 시공이 돼야 보다 안전하다고 판단되며 현장에서 배기통을 시공할 때에는 최대 4m 이내가 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가스안전교육원 관계자는 “처음 건물을 지을 때부터 이런 상황을 고려하는게 좋았겠지만 보일러 위치를 선정하는 것은 건축주 마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또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만 건축법상으로 보면 기준에 맞게 설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강제 조치를 취할 수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아직까지는 건축주와 합의를 통한 해결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고 전했다.

▲ 가스보일러의 배기통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이 없어 주민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정용 가스보일러는 대기배출시설에 해당 되지 않아 배기가스 유해성을 측정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배기통의 배기가스 성분과 배출량을 측정해 규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게 현실인 것이다.

2007년 한국에너지공학회에서 발표된 논문 ‘가정용 가스보일러 배기가스의 유해성 분석’에 따르면 해외 가정용 가스보일러 배출기준과 비교했을 때 국내 일부 보일러의 배출가스 유해 성분이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나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정용 가스보일러의 배기가스 성분 및 배출량을 규제하는 기준은 없어 피해를 봐도 그저 당하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

한편 가스보일러의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0~300ppm이다. 또 순간적으로 농도 200ppm의 일산화탄소를 흡입할 경우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으며 미량의 농도라도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두통과 메스꺼움을 동반할 수가 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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