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세계박람회 ‘살아있는 바다’ 주제 무색
박람회 개최해 외려 국가 이미지 타격입힐 수도


지난 13일 전남 여수시 중흥동에 위치한 해양투기 선창에서 전남도와 여수시의 폐기물 해양투기 행위를 규탄하는 해상환경캠페인이 열렸다. 부산, 울산, 거제, 통영, 고성, 서울, 여수, 남해 등 전국에서 모인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회원 30여 명은 친환경을 표방하는 2012세계박람회를 유치한 여수에서 해양 배출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박람회는 2012년 5월 12일부터 8월 12월까지 3개월간 열리며, 여수는 ‘살아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박람회 유치에 성공했다. 기후변화와 맞물려 바다의 가치를 제고하자는 취지에 공감한 국가들이 한국을 박람회 개최국으로 선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죽어가는 바다, 숨 막힌 연안’이라는 말이 더 맞는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합법적인 해양 배출을 하는 국가는 한국, 일본, 필리핀이며, 중국도 불법 해양 배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지난해만 해도 30만 톤의 폐기물을 바다에 버렸으며 지난 8년간 해양 배출한 양은 200만 톤을 상회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폐기물을 바다에 버리고 있는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또한 해양 배출을 규제하는 국제협약인 ‘96의정서’ 가입도 해양 배출 금지품목이 지속적으로 버려져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토해양부(전 해양수산부)에서 의정서 가입을 숙원 사업으로 진행했으나 올해 안에 가입을 할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96의정서’ 가입도 상징적인 의미가 상당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여수는 세계박람회를 주제로 ‘살아있는 바다’를 외치지만 실상은 폐기물을 바다에 가장 많이 버려 ‘죽어가는 바다’로 만들고 있다. 여수시에 해양투기 선창이 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라 할 수 있다. 여수시가 엑스포를 유치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지 해양배출 선창을 없애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해양배출을 금지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여수시가 해양배출을 금지하는 것이 진정 세계박람회를 유치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닐까. 세계박람회를 유치해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선의가 폐기물 해양 배출 때문에 자칫 악의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세계박람회가 단순히 경제 발전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좋은 이미지를 위해 개최하는 박람회가 자칫 국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해양 배출 문제가 이슈화됐을 때 일반 국민들은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 합법적이라는 사실 자체에 놀랐다고 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박람회를 앞두고 정부와 여수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여수시가 2012세계엑스포를 유치하면서 내세운 모토가 친환경과 깨끗한 바다다. 이 약속을 지켜는 것이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는 여수시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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