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환경성검토, 명목상 수순 아니다
사업타당성 재검토, 공청회 개최 제안


개발자들은 항상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을 위한 수순으로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는다. 환경론자들 입장에선 제도적 장치로 마련된 환경영향평가제가 마냥 좋을 뿐이다. 이조차 없었다면 환경을 파괴하는 부분별한 개발을 막을 방패가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환경영향평가가 ‘과연 제 구실을 하고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최근 굴업도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의견서를 보면 개발을 위한 명분 쌓기에 이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굴업도 오션파크(Ocean Park)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을 두고 ‘골프장 계획은 배제돼야 하며 공청회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 유무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요구이다. 이들의 주장이 결코 무리한 요구라고 보진 않는다. 솔직히 발주자와 입찰자란 주종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든 평가대행업체의 사정상 객관적인 사전환경성검토서를 기대하긴 힘들기에 하는 말이다.

정확한 환경영향평가서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은 대다수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 관계자들이 동감하는 바다. 발주자의 입맛에 맞는 결과물을 내지 못하면 또 다른 개발 행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입찰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한계가 분명 존재하기에 충분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5일까지 굴업도 사전환경성검토서 초안에 대한 공람이 있었다. 당시 굴업도 주민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사전환경성검토서가 굴업도의 생태와 수질을 평가절하하고 해양생물상과 해양생태계 조사를 누락시켰을 뿐 아니라 상당부분의 자료가 타 자료를 도용하는 등 비전문적이고 성의 없는 식생조사로 일관된 보고서’로 단정하고, 전면적으로 재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의 주장에 적극 동참하는 바다. 특히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인 구렁이, 황새, 매, 말똥가리, 개구리매, 검은머리물떼새 등이 서식하는 곳에 골프장 허가를 배제한다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골프장 계획이 배제돼야 함은 마땅하고, 더 나아가 공청회를 통해 사업의 타당성 유무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동감한다.

그리고 조속한 시일 내에 수많은 의견들이 제출된 굴업도 개발에 대해 개발자, 인천시, 굴업도 주민,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환경영향평가는 막무가내식 개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급속한 경제 발전에 따른 환경오염이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됨에 따라 개발 과정에서 환경을 사전에 배려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인간 활동에 따른 환경상의 영향을 미리 조사예측 및 평가해 자연훼손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절차로써 도입된 것이다. 그 취지에 걸맞은 역할과 활동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