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도 친환경 제품 생산…지각변동 예고
환경의식 고취·공감대 형성이 성장의 첩경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는 공산주의 몰락이나 인터넷 혁명에 맞먹을 정도로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모건스탠리 기후변화보고서의 한 대목이다. “지금 우리는 문명의 변화를 보고 있다. 세계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환경혁명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번 8·15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연설 중 일부이다. 역대 대통령 중 에너지·환경 문제를 핵심 사안으로 거론한 사람은 처음이다.

기후변화나 환경은 시대적 조류를 뒤흔들만한 강력한 것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이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교토의정서 체제의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것과 견주어보면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이다. 8·15 연설은 녹색성장을 추구하고, 과도한 석유의존도에서 탈피하겠다는 정부 선언이다. 마르크스의 이론을 빌리자면 하부구조가 경제에서 환경으로 옮겨감으로써 환경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을 지배하는 모양새로 바뀔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부동산 건설이나 토목사업과 같은 자원집약적인 개발형 모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현명한 군주는 현재의 문제만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문제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하며 그 문제를 피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성장’을 필두로 한 환경 정책 기조는 환영할만 하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60년의 핵심발전 전략으로 제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기조에 정부와 산업계가 동시에 바빠졌다. 산업계의 지각변동이 ‘녹색성장’으로 바뀔 것이 예견된다. 조달청은 22일 정부물품 구매패턴을 에너지 고효율, 탄소 저배출물품 위주의 ‘그린조달’로 업무방향을 정했고, 지방자치단체들도 ‘탄소 제로’ ‘저탄소’ 도시 건설을 위한 다양한 청사진을 잇따라 발표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동탄2 신도시를 ‘탄소제로’ 도시로 건설할 예정이고, 안산시는 ‘탄소사냥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알렸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그린홈(석탄이나 기름 대신 태양광과 풍력으로 난방하는 친환경주택)’ ‘그린카(휘발유를 덜 쓰는 친환경자동차)’는 주택과 자동차 업계에서 제품 개발 방향의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이 산업계에서 핵심 요소로 부상하는 것은 반갑지만 근본적으로 장기적인 저탄소 개발 전략도 세워져야 한다. 환경의 속성이 단발성이 아닌 지속성이기 때문에 꾸준한 정책 지원과 실천 의지가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의 열쇠다. 이는 또 단순히 환경산업이 각광받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친환경이라는 선택적 이미지를 상품 가치로 이용하자는 것이 아니며, 친환경자동차나 주택 같은 신상품과 환경 신기술 수준의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환경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빚 좋은 개살구’가 되고 말 것이다. 녹색성장은 인식의 전환과 국민의 공감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 경제 정책이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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