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인한 손실은 계산 안 해
취임 초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던 이명박 정부가 취임 6개월 만에 중소기업에 대한 환경규제를 풀기로 전격 발표해 공허한 외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지난 5월 정부는 수도권과 상수원 환경규제 완화를 정책 기조로 발표했는데, 또 다시 환경 규제 완화를 강조해 확고한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이번에 중소기업청이 발표한 ‘중소기업 규제영향평가 제도’는 어떤 부서가 중소기업과 관련된 환경을 비롯한 여러 규제를 신설할 경우 사전에 이 규제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한다는 것이 골자다.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의 양과 강도를 차별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때문에 만일 신설하려는 기업 규제책이 불합리한 규제로 중소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워진다. 게다가 규제심사 절차에 중소기업 입장의 검토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의 입장을 십분 반영할 수 있다.
미국 수준의 규제 영향평가 제도를 적용하면 규제비용 절감 효과가 78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등 국가적 차원에서도 매력적인 제안으로 들린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중소업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물론 규제책보다는 다른 납품단가 협의제 등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일단 그동안 줄기차게 정부 당국에 요청해 온 내용 중 규제 완화가 포함된 것에 대해 반기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입장이 아닌 환경의 입장에서는 이번 대책이 어떨까. 지난 5월 정부의 수도권 환경규제 완화 방침이 발표된 지 얼마 후 만난 환경 원로는 “환경규제가 과한 부분은 풀고, 지켜야할 부분은 지켜야하는데 상수원까지 규제를 완화한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당시 ‘사전 환경영향평가’도 상당 부분 절차를 간소화시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신개념이 ‘기업 규제영향평가’다.
중소기업에 대한 ‘사전 규제영향평가’의 대척점에는 ‘사전 환경영향평가’가 있다. 규제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할 뿐 규제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하는 제도가 ‘사전 환경영향평가’라 할 수 있다. 이쯤되면 두 개념이 대상만 다를 뿐 의미는 정반대라 할 수 있다. 환경부는 규제 완화로 얻는 이익은 계산하지만 손실은 계산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사실 국내 환경규제는 급격한 경제성장 만큼이나 단기간 내에 규제가 강화돼 기업들은 규제가 과하다는 얘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대체로 규제의 속성이 강화될 때는 기업들의 반발이 심하지만 일단 규제가 시행되면 환경 상태가 가시적 확인될 정도로 좋아진다. 규제가 완화되면 일단 반발의 주체가 없다. 환경단체가 반발의 주체라 할 수 있지만 환경 악화로 당장 피해를 입는 것은 환경단체는 아니니 실질적인 피해자는 아니다. 피해자는 일차적으로 환경이고, 이차적으로 환경을 토대로 살아가는 불특정 다수의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