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바다에 쓰레기를 버린 한국
런던협약 96의정서 가입에 적극 대응해야


2003년 동해에서 건져올린 홍게에 돼지털과 머리카락이 묻어나왔다. 돼지털이나 머리카락은 육지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인데 이것이 해양 생물인 홍게에 묻어나왔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얘긴가. 다름 아니라 홍게 어장이 동해 폐기물 해양투기구역 근처였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해양투기구역에 하수 오니며, 음식물류 폐기물 폐수며 철, 콘크리트까지 버려진다는 사실은 더 충격적이다. 국토해양부(옛 해양수산부)는 동해 병 지역에서 잡히는 홍게에서 각종 폐기물 성분이 검출되자 2008년까지 지역주민에게 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바다가 적법한 쓰레기장이라는 사실은 황망하다. 지금이야 국제사회가 한국이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는 대표 국가라고 비난하지만 1900년대 서구 선진국들도 급속한 산업발전과 도시화로 발생한 막대한 폐기물을 바다에 내다버렸다. 1970년대가 되면서 북해와 지중해 등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본격적으로 제기했고 1972년 런던협약이 체결됐다. 이후 1996년에 런던 협약보다 강화된 규제 수준의 의정서를 채택했다.

한국은 런던협약 96의정서에 가입하기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별다른 규제 없이 여전히 가정용, 산업용 폐기물을 가리지 않고 바다에 버리고 있다. 반면 지난 2006년 3월 국제적으로도 해양투기에 대해 한층 강화된 규제를 요구하는 ‘런던협약 96의정서’가 발효됐고, 인근 중국(2006년 6월)과 일본(2007년 11월)도 이미 의정서에 가입해 해양투기를 억제하고 있다. 물론 중국의 경우 불법적으로 해양투기를 일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고 일본도 ‘적토’는 예외적으로 수년 내까지는 해양배출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정서에 가입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조약에 가입을 해야 국내법은 물론 현실적 상황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원천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1월부터 시행중인 해양환경관리법 시행령·규칙에 ‘2012년부터 가축분뇨와 하수 찌꺼기 등의 해양투기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삭제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해양투기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던 기존 방침이 결국 좌초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은 1988년부터 폐기물 해양투기를 시작해 해양투기를 금지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2003년엔 동해의 폐기물 해양투기구역 근처 홍게 어장에서 돼지털과 머리카락 등이 발견되자 2012년부터 가축분뇨 등 해양투기를 금지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수산물 오염을 막겠다는 처음의 의지는 온데간데없고 수년 동안 추진해 오던 해양투기 금지 법안마저 1주일만에 뒤집어 해양환경 보전에 대한 정부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해양폐기물 투기장으로 선정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 보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런던협약 96의정서 가입에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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