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도 지침에 의한 기본원칙’만으로 부족
패키지형 관광형태 부추겨 지역경제 침체


자연공원 삭도설치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 삭도에 대한 논의는 해당지역에 있어 사회적 갈등요소로 부각돼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삭도 설치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과 정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자연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요구는 지리산과 설악산, 가지산, 팔공산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특히 가지산의 경우 밀양시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자 관광객 감소를 우려한 울산시에서도 반대 능선을 동시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04년 ‘자원공원 내 삭도설치 검토 및 운영지침’을 마련해 엄격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허용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식물·동물·지형지질·경관·문화재 등 5개 분야로 구분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만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강원도의 자연공원법 개정과 지침 완화 요구, 그리고 최근 환경부의 ‘로프웨이협의체’ 구성 등으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양상이다.

관광용 케이블카 반대 전국대책위원회는 케이블카 설치가 삭도 지침에 의한 기본원칙만 지켜진다면 현재 불고 있는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추가 설치는 불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삭도 설치시 탐방객 이동로의 폐쇄 축소 제한 등이 가능한 지역으로 하고, 엄격히 제한된 범위 안에서 허용돼야 한다. 이는 케이블카로 인한 추가 훼손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관광 선진국에서는 체험형 산행붐이 일고 있다. 이들 선진국들은 관광객 유치는 하드웨어(산 자체)보다는 소프트웨어(산을 체험할 수 있는 방법)가 중요하다고 인식한다. 때문에 환경친화적 자연탐방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반환경적으로 산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방식인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서로 나서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된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경관훼손은 불가피하며, 종점에서 새로운 등산수요가 창출돼 환경훼손도 피할 수 없다. 특히 지리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계획을 살펴보면 주봉을 향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추가 생태계훼손 영향 발생의 잠재력이 높은 노선을 채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노선으로 올라온 사람들의 정상으로 가는 등산은 막을 길이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전문가들은 케이블카 설치가 지역상권 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통발달과 케이블카로 인해 산행을 위해 머물다 가는 체험관광이 아닌 잠시 머물렀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패키지형 관광형태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데 인력과 장비 등이 동원돼 일시적인 경기 부흥은 기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외려 경기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

케이블카는 21세기형 공원시설로는 부적합하다. 국립공원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는 단 한 곳에도 케이블카가 없다. 변변한 가드레일이나 볼록거울조차도 없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글레시어 포인트는 요세미티밸리로부터 51.2㎞ 떨어져 있으며 편도 1차선의 좁은 산길로 차로도 무려 1시간이나 걸린다. 이 불편한 산행은 “손상되지 않은 자연적·문화적 자원과 국립공원 시스템의 가치를 ‘보존’한다”는 미 국립공원청(NPS)의 미션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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