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군 공포의 56번국도.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대형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오명의 마을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단초는 내삼포리 허남홍 이장과 100여 명의 주민들. 1988년 올림픽개최를 위해 56번 국도를 직선하고 차선을 넓히자 사망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국도가 확포장된 이후 지금까지 내삼포리 삼포중~삼포초등학교 사이 500여m의 구간에서 이 마을 주민 15명이 숨지고 65명이 부상을 당했다.

주민 안종덕씨는 신기하게도 “불과 500여m밖에 안되는 도로에서 19년 동안 80명의 사상자를 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주민들은 스스로가 안전하고 안심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위해 수십 차례 주민회의를 했지만 특별한 묘안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7년 여름 홍천군 농업기술센터(소장 최봉현)에서 농촌진흥청의 전통테마마을사업을 해볼 의향이 있는지 타진했다. 주민들은 2억원의 사업비로 교통사고도 줄이고 도시민체험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행정과 전문가, 주민이 모여 7개월 동안 구상하고 계획을 완성했다.

교통사고도 예방하고 농촌체험도 하면서 농가소득도 올릴 수 있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방안이 나온 순간이었다. 그린투어컨설팅에 유상오박사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속도를 저감할 수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내삼포하천과 지역에서 나오는 고유한 먹거리를 도시민이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계획의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마을이름을 수라상마을로 정하고 CI(심볼)도 만들었다. 전설에 따르면 이 마을에 대감이 살았으며 임금님께 홍천 쌀을 진상해 수라상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에 따른 것이다.

사실 홍천에서도 내삼포리 쌀은 옛날부터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미질이 우수한 ‘농촌진흥청 탑라이스생산단지’가 내삼포리에 있다. 도시민이 방문하면 저온 보관한 쌀을 최신 시설을 갖춘 화촌농산RPC에서 도정해서 즉시 맛있는 홍천의 산채와 수라밥을 먹을 수 있다.

주민과 컨설팅사는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500m 구간의 한가운데에 마을회관이 있다는 것을 착안했다. 높이 7m의 대형 안내판을 세우고 야간조명도 해 볼거리를 만들었다. 주민들은 간판이 세워지자 차량 속도가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간판이 선 이후에는 놀랍게도 교통사고가 1건도 터지지 않았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주민들은 지난 6월부터는 신바람이 났다. 마을회관도 리모델링을 해서 쾌적한 환경에서 도시민들이 농촌체험도 하고 맛난 음식도 맛 볼 수 있게 한다고 자랑이다.

허남홍 이장은 “지난 20여 년 불안한 마을이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며 수라상마을로 다시 태어났다”면서 “주민들이 최고의 정성으로 만든 수라상을 드시러 오면 이 지방에서만 전래돼 내려온 먹거리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홍천군 농업기술센터 최봉현소장은 “직원들과 주민이 팥고비나물, 비병초나물, 도리뱅뱅이(물고기를 잡아서 솥뚜껑에 놓고 조선간장으로 조림), 돌멍게무침(홍천지방의 고유한 메밀), 콩탕 등 다양한 요리를 재현했다”면서 도시민을 초청했다.

내삼포리 주민과 관계자들은 9월 29일 ‘내삼포리 수라상마을 선포식’을 하고 본격적으로 도시민에게 맛깔스러운 음식과 홍천의 구수함을 전할 준비를 끝마쳤다.

<김석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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