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먹을거리 불안
정부의 반복되는 늑장 대응


광우병에 대한 식품 불안이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에는 ‘멜라민’ 공포다. 그나마 광우병 대책이 느릿느릿한 것에 비해 멜라민 대응은 조금 빨랐다. 사건이 발표되자마자 중국산 분유·우유·유단백이 함유된 식품 428개에 대한 리스트 공개, 판매금지, 긴급 회수 등의 조치가 줄을 이었다.

지난 9월 11일 중국에서 영아 환자 14명이 발생했다는 발표가 있은 후 정부의 나름대로 발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멜라민 공포는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멜라민’은 국제암연구소 발암물질등급으로 그룹 3에 속하고, 상대적으로 인체에 대한 위해성이 높지 않다고 한다.

멜라민은 질소함량이 풍부한 흰 결정체의 모양으로 많이 발견되는 유기물로 주로 플라스틱, 접착제, 주방용조리대, 접시류, 화이트보드, 화학비료에 사용된다. 이번에 과자나 커피 크림에서 멜라민이 주로 발견된 데에는 중국에서 우유의 부피 증가를 위해 물과 우유를 섞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없지만 동물연구에서는 신장 기능악화, 암 유발 등으로 사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2007년 중국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수출된 애완동물사료에서 멜라민이 발견됐고,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신장질환으로 죽었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나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멜라민을 음식에 첨가하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 현재는 분유뿐 아니라 얼린 요거트와 캔커피에서도 멜라민이 발견되고 있다.

멜라민에 대한 이야기를 풀다보니 몇 달 전 사회를 휩쓸었던 광우병 사건과 몇 가지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소고기의 빠른 생장과 중량을 늘이기 위해 사용한 동물사료가 우유의 부피 증가를 위해 사용했다는 멜라민이라 할 수 있다. 사용 범위가 넓어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도 같다. 끝으로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지리멸렬한 공방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광우병이나 멜라민이나 동물의 경우 사망까지도 이르는데 인간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다소 왜곡된 사실이다.

근본적으로 두 사건의 공통분모를 해결하지 않는 한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은 종식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이 먹는 것에 대한 공포가 다른 사건보다 큰 이유는 단순하다. 일전에 광우병 사건을 두고 한 환경단체 활동가가 말했듯 “음식은 먹으면 끝”이기 때문이다. 먹을거리는 먹고 난 후 사후 처방적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전 예방적 관점에서 식품안전 문제는 다뤄져야 한다.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하고, 식품이력추적제도를 도입하는 제도적 장치는 물론이거니와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의식을 높여야 한다. 식품 안전의 최종 안전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의식의 공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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