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셰어의 21세기 에너지 생존전략

21세기 초반에 화석연료가 바닥날 것이라는 예측은 에너지 문제를 둘러싸고 세계의 수많은 분쟁을 낳고 있다. 지금까지 에너지 문제에 관한 논의는 통합적인 차원보다는 세분화된 틀 속에서 사건 위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헤르만 셰어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의식 장벽 즉 ‘에너지를 둘러싼 전통적인 사고가 지닌 위력’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동시에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성사시키고 이를 확고하게 뿌리내리게 할 실질적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에너지문제에 대한 기존의 사고를 해방시킨다.

이 책은 과학적이면서도 정치적이고, 학술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에너지 위기를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에너지 정책을 바르게 판단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돕는다.

서방세계와 중동국가 사이에 벌어진 원유분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가스분쟁 등 세계는 지금 에너지 전쟁중에 있다. 현재 오일 가격 변동은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도 인근 해역에 묻혀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 가스 하이드레이트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이처럼 21세기 전반기에 석유자원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측이 이어지면서 각 국가들은 에너지 확보를 위해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치밀한 에너지 전략 없이는 어느 국가도 독립을 보장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는 것이다. 미래에너지, 대체에너지로 제시된 원자력에너지, 수소에너지,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파력에너지, 지열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의 대체 가능성과 현실성에 대한 논의도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그러나 일반 대중은 아직 에너지 위기를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가 에너지 정책은 정책입안자들의 몫이며 일부 전문가들의 영역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인 헤르만 셰어는 이 책을 통해 이 같은 위기의식의 부재를 지적하고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지식을 전달하는 동시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또한 현재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려는 세계 각국의 시도를 살피고, 그 대안으로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에 주목해 ‘에너지 주권’을 확립할 것을 주장한다. 저자는 에너지원이 다양하고 소규모 자체 발전이 가능한 재생에너지가 각 국가 또는 지역별, 지자체별로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는 국가간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에너지업계와 재계의 은밀한 공조로 대두된 핵에너지에 대한 경고와 세계 기후 정책의 중심이 되고 있는 교토 의정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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