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30 수도권 규제 합리화 정책

▲ 김은경 책임연구원
지난 10월 30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토이용의 효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그동안 경기도가 꾸준히 주장해 온 수도권 기업입지규제의 개선이 토지이용규제의 합리화에 함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억제를 위해 도입된 수도권 규제가 수도권 내 기업 활동 및 주민생활을 과도하게 제약하여 국가경쟁력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도권 규제에 의한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효과는 수도권 인근 지역 일부에 집중되면서, 지방발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수도권 규제가 국내기업의 중국 등 해외이전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이에 발표된 수도권 규제 합리화의 대표적인 내용은 먼저, 과밀억제권역·성장관리권역의 산업단지 내에서는 규모·업종 제한 없이 공장의 신설·증설 및 이전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관리권역 중 산업단지 외 지역에서 96개 첨단업종의 기존 공장의 증설범위를 확대하고, 첨단업종 외의 공장은 기존부지 내에서 증설을 허용한다. 또한, 경제자유구역, 주한미군반환공여구역, 지원도시사업구역 등 국가 정책적으로 개발토록 확정된 지구 내 산업단지는 총량규제에서 배제하고, 2009년부터 산업단지 공급물량은 지자체 수요를 감안하여 신축적으로 공급된다.

더욱이 환경규제방식을 입지규제중심에서 총량제·배출규제 중심으로 전환하여, 수질오염 총량관리 실시 지역의 경우 개발사업 허용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그 외에도 국가안보·환경보전 등 중첩적인 규제로 주민생활이 불편한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기타 규제의 적용 배제를 추진한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수도권 규제 합리화 정책에 대한 평가

금번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규제의 합리적 개선은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부분 규제가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와 같이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 자체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가장 투자하기를 원하는 수도권의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은 매우 적절한 정책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영국, 프랑스, 일본 모두 수도권 규제 폐지 이전에 공통적으로 가지는 특징은 경기침체를 겪고 성장동력이 약화되면서 경제구조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1970년대에 오일쇼크로 인해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은 동시에 유럽통합의 확대로 인한 본격적인 개방화가 시작되면서 국가 및 지역경쟁력을 위해 규제를 완화했다. 이들 국가들이 당면했던 상황은 참여정부 이래 지속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으며 IMF 위기 극복 과정에서 개방화가 확대되고, FTA 체결 확대 등으로 개방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상황과 매우 유사했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 합리화라는 정부의 정책은 경기침체극복을 위해 매우 적절하며, 특히 한국경제구조의 선진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정책이다. 이제까지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어떤 나라에서도 우리처럼 불합리한 전방위적인 수도권 규제를 한 적이 없으며, 더욱이 현재는 세계 어떤 나라에도 수도권 규제는 없다.

따라서 이번 수도권 규제 합리화 조치는 규제공화국인 대한민국이 좀 더 선진화된 경제로 진입하게 되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금번의 규제개혁은 한국 경제가 좀 더 선진화되고 성숙된 경제구조로 발전하는 것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문제는 구체적인 시행 일정이 2009년 3월 내지 6월로 잡혀 있어 기업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꺼려하고 있으며, 어렵게 발표한 정책이 시간이 지체됨에 따라 정책효과가 반감될 것 또한 우려된다. 정부가 이처럼 일정을 늦춰 잡은 이유는 두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 정부가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해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구체화되지 않은 광역경제권 정책, 광역경제권 선도프로젝트 지원 등 지방지원 관련 정책을 구체화한 후 시행령을 개정하여 수도권 규제 합리화의 명분을 획득하려는 것 같다.

둘째, 일단 가능한 많은 규제완화를 제시한 후 지방의 반응 여부에 따라 일정 정도 타협을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자칫하면 투자효과가 일어나기도 전에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무산되거나 효과가 크게 반감될 위험에 처해 있다.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

첫째, 규제 개선은 그 자체가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업투자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규제개선과 더불어 노사관계, 임금문제, 비용문제 등 다양한 여건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면서 기업은 투자를 마음 놓고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수도권 규제 합리화는 발표만 되었지 구체적으로 시행조차 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투자를 하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기업들은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정책에 따라 투자의사를 결정하지 않는다. 기업들의 투자를 실질적으로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당장 시행령들을 개정하여 수도권 규제 합리화 조치를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시켜야 한다.

둘째, 전경련, 대한상의 등 기타 경제관련 단체들, 민간 전문가 등과 중앙정부 관련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투자촉진단(가칭)’을 구성하여 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 이제 국내 투자 촉진뿐만 아니라 외국인투자 유치,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의 국내 리턴 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업 투자 관련 규제 합리화의 내용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한국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전 세계의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정부는 경기침체 극복의 결연한 의지의 하나로서 수도권 규제 합리화의 절대적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지방지원 정책을 제도적으로 확립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공생관계임을 명확하게 정책으로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개방화와 세계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수도권, 부산권, 대구권 등 대도시권들을 명실상부한 한국경제의 성장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들이 필요하다. 이제는 규제를 통한 억제라는 네거티브 전략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성장거점육성이라는 포지티브전략으로 전환하기 위해 런던, 파리, 동경 등과 같이 대도시권 경쟁력 강화정책이 필요하다.

한국경제를 살리고 다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대립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경제가 침몰하는데 지역이 살아남기는 어렵다. 경기침체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서민들이다.

정부가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특정 지역들이 반대하는 것을 외국인투자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반사이익에 기대어 스스로의 노력 없이 이익을 얻으려는 ‘무임승차’가 없어져야 노력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정의로운 사회가 가능하다.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인 경기도는 그동안 어느 지역보다도 열심히 수도권 규제의 합리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중앙정부에 대해서는 수도권 규제 합리화 조치의 조속한 법적 이행을 촉구하면서, 이제 경기도는 기업투자 확대를 위해 앞장서서 기업 투자유치에서도 최고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경기도에 기업들의 투자가 많이 증가해야 비로소 한국경제는 살아날 것이다.

<김은경 책임연구원(경기개발연구원 수도권정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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