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과 함박웃음

지난 8일 ‘기업참여 탄천 가꾸기’ 행사의 인사말에 이어 본격적인 자원봉사활동이 시작됐다.


▲ 탄천 생태·경관 보전지역


400여 명의 자원봉사자를 6개 조로 나누어 광평교 상류 쪽 3개조, 하류 쪽 3개조로 작업에 들어갔다.

손에는 흰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작업용 장갑을 끼고 마대와 쓰레기 봉투 등을 들고 인솔자의 확성기 소리에 맞춰 힘차게 앞으로 전진! 간사의 작업 요령을 들은 참가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한편 광평교 아래의 세월교 옆에서는 하천 바닥에서 건져 올린 매설용 통신관을 들어 보이며 자랑스레 웃어 보이기도 했다.


▲ 달콤한 휴식 시간


어느 정도 쓰레기 줍기가 끝나자 어린 아이의 조막손에서부터 회사 중역의 투박한 손까지 모두 환삼덩굴과 같은 위해식물을 뿌리째 뽑아 당기기 시작했다. 짧은 줄만 알았던 환삼덩굴의 길이에 5m 이상을 뒷걸음치기도 했다. 중간에 끊겨 뒤로 넘어진 아이는 아픈 표정은커녕 되레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넘어진 아이의 옷을 털어 주는 엄마의 손길에는 대견함과 뿌듯함이 묻어났다.


▲ 위해식물 동산


여기저기 모아 둔 환삼덩굴은 남자 예닐곱이 달려들어 한쪽으로 굴리기 시작했다. 함박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 듯, 뽑혀진 덩굴은 한 바퀴 구를 때마다 점차 제 몸집을 불려 나갔다. 커져 버린 몸집이 힘에 부친 듯 몇몇이 더 추가됐다. 쌓아 놓고 보니 시골에서 퇴비를 만들기 위해 온갖 풀을 한 데 쌓아 놓은 만큼의 작은 동산만한 부피였다.


▲ 식재 될 물 억새


위해식물을 제거한 천변에는 덩굴아래 숨어있던 자생풀이 따스한 햇살을 받기 위해 제 키를 한 돋움씩 키우는 듯해 보였다.

한편 아이들은 수질 정화 목적인 EM흙공을 탄천에 던지기 위해 무겁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어기영차” 상자를 날랐다. 세월교 위에서 몇몇 아이들은 누가 더 멀리 혹은 누가 더 많이 던지는 지 내기까지 해가며 ‘탄천 투하’에 웃음이 그치질 않았다. 쌀쌀한 날씨를 녹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였다.


▲ 수거한 쓰레기



▲ 이종산 사무처장(왼쪽)과 인솔자


신가초등학교에 다니는 김혜진(10)양과 조예은(10)양은 “아빠 따라와서 안 좋은 풀도 뽑고 공도 물에 던지고 재밌어요”라며 “지저분했었는데 깨끗해지니 보기 좋아요”라며 보람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남정선 공무원, 김동희 수질팀장(왼쪽부터)


아이들은 통틀어 40여 명 정도가 참여했고 중학생 세 명, 초등생 열 다섯 명 남짓, 나머지는 어린 아이들이었다. 한편 참여 학생들에겐 4시간의 자원봉사활동 참여증이 주어진다고 했다. 매송중등학교의 최지웅(14.중1)군은 “아빠한테서 행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봉사도 할 겸 자원봉사 시간도 얻을 겸 해서 왔어요”라며 친구인 한석민 군에게도 권해 같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 집으로 가는 길


쓰레기 수거와 위해식물 제거를 마친 자원봉사자들은 10분 정도의 휴식을 취한 뒤 씨티은행이 후원한 물억새(3만본) 심기 작업에 돌입했다.
▲ EM흙공 나르기

먼저 간사 겸 인솔자의 설명을 들은 뒤 각자 호미를 하나씩 들고 자리 잡기에 나섰다. 삼삼오오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내년 가을, 부드러운 하얀 꽃의 억새를 기약했다.


▲ EM흙공 던지기


광평교 상류 쪽의 자원봉사자들은 제 시간에 맞게 작업을 마쳐 일찍 귀가했고 하류 쪽의 봉사자들은 마무리 작업으로 예상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신주아(21)양을 비롯한 신구대학교 자원봉사 동아리 'Dr.T '의 10여 명이 녹색송파위원회와 끝까지 남아 뒷마무리를 담당했다.


▲ EM흙공과 김혜진,조예은 양(왼쪽부터)


작업을 마친 자원봉사자들의 볼은 추위와 더위로 붉은 빛을 띠었지만, 깨끗해진 천변에 자리한 키 작은 물억새를 보고는 시원한 강바람과 가슴 뿌듯함에 저마다의 미소를 머금었다.

◈ 멀기만 한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

‘기업참여 탄천 가꾸기’행사는 당초 한국씨티은행 측에서 800명이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행상 당일(11.8) 참가자는 송파구청 측과 녹색송파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400여 명이었다. 씨티은행 측에 예약·접수한 인원이 550여 명이었지만, 실제 참석한 인원은 350여 명에 불과했다. 350여 명이라는 숫자 또한 부정확한 수치이고, 그 구성 비율 역시 20~30대에 편중됐다.

여기에 간사 40여 명을 보탠 후에야 400여 명이 됐다. 수치상으로는 절반의 성과인 셈이다. 또한 전체 예정 작업 면적(20000㎡)의 20~30% 부족한 면적에만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미쳤다. 물억새 식재 구간 역시 예상 면적(1000㎡)에 많이 부족했다.


▲ 환삼덩굴 제거 작업


이 같은 이유를 이종산 녹색송파협의회 사무처장은 “한국씨티은행 그룹 차원의 자원봉사 참여로 인해 자원봉사자들 간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하고 “토요일에 행사가 개최된 점과 송파구 역시 첫 번째 민, 관, NGO 간의 상호협력이라 이런 부족함이 나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수치상 절반이 됐을지언정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만족도는 80% 이상이다”고 평가했다.

김동희 송파구청 수질관리 팀장 역시 “환경을 위해 하고자 하는 재정적, 행정적 지원은 많으나 막상 이를 실천에 옮길 주체가 없다”며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관심 부족과 참여율을 안타까워 했다.


▲ 억새 심는 아빠와 감독하는 아이


이에 덧붙여 “단지 800명에서 550명으로 다시 400여 명으로 줄어든 자원 봉사자 참여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 관, NGO 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지역사회의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에 가장 큰 의의가 있다”며 “20~30% 가량 부족한 아쉬움은 좀 더 개선·보완해 나간다면 부족한 인력을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김 팀장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풀숲의 샛길만 이용해 작업하도록 유도했으며, 작업 중에도 위해식물을 제외한 주변 환경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한 작업이었다”고 평가하며 “참여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민, 관, 시민단체가 하나가 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누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억새 심기



<최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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