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보험의 기금을 받은 한 도로안전그룹의 연구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자동차와 충돌하는 사슴을 비롯한 동물의 숫자가 지난 15년새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전형적인 도시저밀도확산(어번 스프롤)이 사슴 서식지를 침범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손상데이터연구소(Highway Loss Data Institute)가 연구한 본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223명의 운전자가 동물-차량 간 충돌(속칭 '로드 킬')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150명으로 1993년 101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이다.

1993년 이래로 텍사스에서 227명으로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123명의 위스콘신과 112명의 펜실베니아가 잇따른다.

고속도로손상데이터연구소와 연구소 자매기관인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는 보험요청건과 연방충돌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차량 충돌에서 가장 많이 피해를 보는 동물은 사슴이다.

고속도로손상데이터연구소 상임부사장 킴 헤이즐베이커(Kim Hazelbaker)는 “도시저밀도확산으로 주거지와 사슴 서식지가 겹치는 곳이 많이 나타납니다”라고 설명했다. 킴 부사장은 “만약 사슴이 자주 나타나는 지역을 운전한다면 특히 11월에는 주의해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본 연구에 따르면 동물-차량 충돌에 따른 보험금 요청건수가 11월에는 1~9월 사이에 비해 3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 연구상임부사장 앤 맥캇(Anne McCartt)은 “충돌사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날은 가을 번식기와 일치합니다”라고 말했다.

주지사고속도로안전연합(Governors Highway Safety Association)은 매년 음주운전으로 1만2000명 이상이 죽는다며 이 수치의 맥락을 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연합 대변인 조나단 앳킨스(Jonathan Adkins)는 “사슴 충돌사고는 전체 사망자 수에 비하면 매우 고속도로 안전문제에서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라고 말했다.

앳킨슨은 펜스를 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증명된’ 방지책이 없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에 더해 이 펜스가 “지나치게 비싸고 또 별로 실용적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운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천천히 운전해 달라는 것입니다. 특히 시골길에서 저녁에 운전할 때 조심하셔야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2004년에 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가 실시한 보고서에서는 생태다리나 생태통로와 함께 펜스를 치는 것이 사슴-차량 간 충돌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맥캣은 “알콜과 관련된 사망에 비하면 그 수가 비교도 안 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비중으로 다뤄야 한다고 제안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부상과 사망을 초래하는 것은 사실입니다”라고 말했다.

동물-차량 충돌의 전반적 사고 수치도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미국에서 가장 큰 보험업체인 스테이트팜(State Farm Insurance Co.)의 집계를 인용, 6월 30일에 끝나는 올 재무년도에 업계 전체가 받는 보험금신청건수가 120만건에 이를 것으로 잠정집계했다고 밝혔다. 스테이트팜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충돌로 인한 신청건수가 지난 5년 간 15% 늘었다.

<미 고속도로손상데이터연구소, 정리=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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