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 노출 아토피 악화 부추겨
환자중심, 지역 밀착형 센터 개설해야


불치병이라 불리던 암조차 정복의 대상으로 놓인 지 오래지만 전혀 치명적이지 않은 아토피성 피부염에 대해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발병률을 높이고 있다.

연구자료에 의하면 1970년대 까지만 6세 이하 아동의 6%에 불과하던 것이 최근에는 20%에 육박했다. 그만큼 환경의 역습이 월등히 높아진 탓이며 산업화로 대표되는 현대성의 정체와 그를 포장하고 있는 내용물질이 그만큼 건전하지 못하다는 얘기다.

일본의 경우도 전체 인구 중 천만 명이 아토피로 고통받는다는 통계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가 유병률이 가장 높다는 통계가 나와 해양성 기후와 관련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결국, 전체적으로 전 지구인의 10% 이상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다고 파악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지구인에게 이만큼 위중한 병이 또 있을까.

문명병이나 환경병으로 불리는 아토피는 단순한 피부질환이나 저절로 치료되는 가벼운 병이 아니라 하나의 난치병이자 특수질환이다. 아토피 질환 전문가인 아토피 연구소 구본홍 박사는 한의학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을 어혈의 범주에 속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의학적으로 어혈은 넓은 의미가 있지만 물이 한곳에 고여 흐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어혈이 생기면 노폐물의 배출이나 영양의 공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질병도 생기도 치료도 힘들다는 얘기다. 인터넷 상에 가보면 아주 쉽게 아토피성 피부염 관련 동호회나 모임을 접할 수 있다. 아토피 자녀를 가진 부모들 중 자기 경험을 나누고 증상을 완화하는 비결을 나누고 있지만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아토피 치료를 힘들게 하는 건, 아토피를 둘러싼 그릇된 민간요법이나 소문들이다. 아토피 발병률이 이처럼 높은 상황에서 정부가 내세운 아토피 퇴치 정책은 너무나 초라하다. 아토피와의 전쟁이 아니라 아토피와의 로맨스를 즐기는 것이 아닌가. 아토피 교육센터는 서울시에 위탁하고 관련예산은 광고비 편성으로 남은 게 없다. 전문적인 치료와 각 개인별 특성에 맞는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정부도 공감하지만 누구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를 의학지식처럼 믿고 따르고, 민간요법에 맹신하며, 또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전염병 환자를 보는 지금의 현실에서 아토피 치료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아토피 환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빨리 각 지역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한 지역밀착형, 환자중심의 아토피 센터가 개설돼 고통받는 환자들의 아픔을 돌보는 정책으로 돌아서야 할 것이다.

모델하우스 설립하듯 대학로에 센터를 개설한다고 해서 누가 알고 어떻게 찾겠는가. 현재의 한계를 인식하고 더욱 확장된 아토피 전문병원과 정보센터를 개설해 아토피와의 전쟁을 제대로 치러낼 수 있는 병기고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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