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전문학교 초록반디에 재활용품 기증
교직원과 학생 400여명의 11상자 속 큰 정성


한국직업전문학교(사당동 소재)가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을 초록반디에 기증해 지난해 세밑을 훈훈하게 넘겼다.




지난해 12월30일 한국직업전문학교(교장 송기남)가 초록반디(회장 이연재)와 물품 양도 인증서를 체결하고 옷가지, 도시락통, 유아용 젖병 등으로 채워진 대형 이삿짐 상자 11개를 기증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는 아름다운 가게와 거의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초록반디를 후원하고자 한국직업전문학교가 소매를 걷어붙여 마련됐다.

초록 반디는 ‘참 살맛 나는 세상 만들기’, ‘숨은 자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저탄소 녹색성장 국가 그린홈 프로젝트의 완성’을 신조로 설립됐다.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과 경제는 물론 문화가 상생하는 매장을 꿈꾸는 초록반디다.




한국직업전문학교에는 고등학교 졸업생(40%), 전문대학 졸업생(40%), 4년제 대학교 졸업생(20%) 등의 400여명이 재학 중이다. 1998년 설립해 이듬해인 1999년 노동부 훈련기관으로 지정됐다.

노동부 평가 4년 연속 A등급 우수교육기관으로 선정됐으며 노동부 장관(2006년), 국무총리 표창(2007년)을 수여했다. 웹디자인, 영상디자인, 프로그래밍, 네트워크, 실내디자인, 전산 세무회계 등을 전문적으로 6개월 간 집중 교육하며 IT 분야 실업자 무료교육, 재직자 환급교육 등도 실시한다.



▲ IT 봉사 모습

기증 행사에는 초록반디의 이연재 회장과 오장환 대표이사, 송기남 한국직업전문학교 교장과 해당 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이 참여했다.

기증 행사에 앞서 송 교장과 이 회장, 오 대표의 세상사에 대한 작지만 뜻 깊은 얘기들이 오고갔다.



▲ 송기남 교장, 이연재 회장, 오장환 대표(왼쪽부터)

이 자리에서 송 교장은 “대부분이 의류이지만 400여명의 교직원과 학생들이 정성스레 준비한 것들이다”며 “물품 기증에 앞서 이미 모두 깨끗하게 세탁, 손질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송 교장은 “대학로에서 1만원짜리 구제 청바지가 불티나게 팔리는 걸 보니 남의 옷이란 인식이 사라진 것 같아 흐뭇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예전만 하더라도 형제자매끼리 옷을 물려가며 입기도 했었는데 한동안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재활용에 대한 인식변해야...”
송 교장의 말에 이 회장과 오 대표 역시 공감을 표했다. 이 회장은 “추후 재활용 의류 산업의 활성화와 이를 지자체의 운동으로까지 확대할 정부의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재활용 벼룩시장의 활성화 강조로 화답했다.

송 교장은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을 판매하는 미국의 차고 판매(garage sale)의 장점을 설명하며 네모난 한국의 아파트 문화와 비슷한 각진 사회상을 아쉬워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어떤 산이 한 번 유명세를 타면 모든 사람들이 한꺼번에 그곳으로 몰려드는 한국 사회라 말하고 그 ‘비좁은 땅’에도 휴식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교장은 “사회 문화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경제 혹은 전체 사회의 발전 속도의 차이를 가져 올 수 있다”고 말하며 한국의 현 세태를 비판했다.

한편 한국직업전문학교는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봉사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교직원과 학생들은 초록색의 ‘자원봉사 사랑나눔 통장’을 가지고 있다. 이날의 기증행사 역시 학교의 자발적 봉사의 연장선이었다.

봉사의 모범을 보이다
▲ 오장환 대표
교직원은 연 4회 4시간 이상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초록 봉사 통장으로 취업 시 유리함이 있다고 학교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들은 학교 주변의 환경 정비에도 힘써 주변 상인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다.

전문학교는 2007년 11월과 그 이듬해 5월에 아름다운 가게에 물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 IT 교육 봉사단을 운영해 서울시 지자체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송 교장은 “몸으로 하는 봉사가 진정한 봉사다”라며 개인과 학교 차원의 꾸준한 봉사 활동을 내심 자랑스러워 했다. 21세기는 개인 위주의 사회생활이지만 학교 운영에 자율과 원칙을 최우선으로 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회장은 몸소 체험해 땀으로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그 진정성에 아무런 의심이 없다고 말했다.

현 대학 교육의 상황에 대해 송 교장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입학 한 학생들과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들어온 학생들 간의 차이가 거의 없다”며 일침을 가했다.

환담 중에 감사원으로부터 강제적 수거가 아니냐는 전화가 걸려 오자 송 교장은 거침없이 “절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 사태를 지켜 본 이들은 한결같이 공교육의 실상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한탄했다.

[#사진13]송 교장은 자신의 교육관을 “사회의 기류(정치, 사회)에 편승하지 않고 참된 교육의 시각에 입각한 자세만이 진정한 교육자의 모습이다”고 소개했다. 또 “흰 머리가 난 걸 보니 이제는 세파에 찌들지 말아야지...”하며 유연하고 욕심 없는 교육자의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덧붙여 그는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뒤바뀐 ‘지금’이라며 예전의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란 말이 사라져 버린 지 오래라며 한숨 지었다.

오 대표는 송 교장의 말에 “여전히 창의성과, 감수성, 의협심을 갖춘 분”이라고 추켜 세웠다.

지금의 교육과 재활용에 대한 인식, 한국의 사회 문화에 대해 온갖 얘기가 오고 간 가벼움 속의 진지함이었다.



▲ 환담 중인 모습

이날의 행사에 대해 이 회장은 “재활용을 통해 환경 보존과 기부, 기증의 제반 의식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대표 역시 “녹색 성장의 기조에 부합한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베풀 줄 아는 사회인
송 교장은 “무엇을 위한 마음이든 ‘한마음’이 중요하다”며 “베풀 줄 아는 사람이 사회 구성원의 하나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평했다.

그는 “앞으로도 학교든 개인 차원이든 봉사활동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해진 기증품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정성이 담긴 것이므로 초록반디는 물론 최종 사용자까지 모두 봉사의 마음으로 사가고 이런 행사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달라”고 주문했다.

▲ 송기남 교장
오 대표는 “기증 받은 물품은 책임감을 갖고 모든 이들의 정성과 온정이 그대로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끝으로 이 회장은 “초록반디가 아름다운 가게보다 잘해 나갈 아이템이 충분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미흡하다”는 속내도 보였다.

덧붙여 그는 “녹색성장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개발과 보급도 중요하지만, 자원 재활용이야말로 녹색성장에 보탬이 됨은 물론 국가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기증과 나눔을 작은 단체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그 규모를 키워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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