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백화점에서 희한한 일을 겪었다.

먼 곳에 주차하기 싫어서 입구 가까이에 있는 주차장을 몇 바퀴째 돌았다. 가족들이 참을성을 잃어갈 쯤, 마침내 주님이 매우 좋은 자리를 공급해 주셨다.

그쪽 통로로 차를 몰면서 나를 위해 선택된 자리에 ‘눈도장’을 찍었다. 그런데 막 차를 대려는 순간에 스포츠카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내 자리를 훔쳤다.

그 순간 나는 홱 돌아버렸다. 나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엔진회전 속도를 올렸다. 부릉 부릉 부르릉... 그리고 다시 기어를 주행으로 바꾸고 힘껏 밟았다. 전속력으로 그의 범퍼를 향해 달려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소리를 높여 기도했고 아내는 비명을 질렀다. 부딪치기 직전에 나는 브레이크를 확 밟았다. 목사인 나의 진면목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결국 나는 지지리도 나쁜 자리에 차를 세우고 가족과 함께 백화점 안으로 들어갔다. 백화점 안에서 그 스포츠카 운전자가 나를 알아보고 말했다. “저, 자리를 뺏어서 미안합니다.” 아내가 뒤에서 키득거렸다. 나는 그에게 에티켓 위반 교육을 시킬까 생각해 봤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분노 문제가 있으신 것 같군요.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그러면서 내게 전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 이래서 내가 나의 행동방식이 싫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나님, 내 행동이 달라지게 하소서. 구별되고 순결하며 거룩하게 하소서!’

<한이삭 기자ㆍ자료=CGNTV/묵상 에세이/크레이그 그로쉘 ‘목사로 산다는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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