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중요성은 이제 초등학생들조차 입에 담을 정도이다. 하지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겉은 있을지언정 그 속을 차분히 들여다 보는 이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러한 한국적 상황을 해소하고자 박길용 세명대 교수가 조셉 스타이거 저 『The Origins of Modern Environmental Thought』를 오랜 노고 끝에 우리 곁에 편안한 문체로 자리하게 했다.

역자는 “이 책을 완역하는 데 많은 시간과 검증이 필요했으며 책 제목과 목차를 보는 순간 오랜 호기심과 염원이 열리듯 가슴이 뛰고 기쁨에 벅찼다”고 소개했다.

역자는 “이 책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동안 환경 사상의 중요한 기여자들에 대해 검토했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중에 영향을 미치는 그들의 사상과 그 사상의 힘의 흐름을 담고 있다”며 “환경보호와 생태철학의 보다 깊은 이해를 갈망하는 대중들에게 큰 물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해 완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책에서 소개·평가하는 내용은 크게 세 묶음으로 나뉜다. 먼저 현대 환경사상의 배태(胚胎)를 이룬 환경사상의 전통과 2차 세계 대전 후 미국 사회와 경제적 상황을 소개한다. 저자는 아시시(Assisi)의 성 프란체스코의 생명에 대한 감정이입이 현대 환경사상가들의 영감(Inspiration) 모델로 자리해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환경사상이 기인했다고 설명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토마스 로버트 맬서스의 인구 문제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존 스튜어트 밀의 정상상태 경제이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초절주의(Transcendentalism), 지구 생태의 초기 제창자 조지 퍼킨스 마시, 자연자원과 환경의 질을 이슈로 삼은 신고전경제학자 등을 소개했다.

저자는 초기 철학자들은 지구 환경문제의 원인과 해결에 다양한 견해를 가지고 있었으며 생태중심주의(Ecocentrism)와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가 철학의 양대 산맥을 이룬 것으로 평가했다. 2차 세계대전 후 환경철학자들의 언어와 사유는 크게 고무됐고 그 모든 것이 레이첼 칸슨의 ‘침묵의 봄’ 과 함께 시작됐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다음으로 이 책은 ‘침묵의 봄’ 저작과 함께 1960~70년대 레이첼 카슨(“사회가 자연을 지배하기보다는 협력해야 한다”)을 추종했던 혁신적이고 선구적이었던 환경 및 자연자원 철학자들의 저작을 탐구한다. 해럴드 바넷과 챈들러 모스, 스튜어트 L 유달, 로드릭 내시, 린 화이트, 게렛 하딘 등을 소개한다. 이들의 생태 문제 해결에 대한 이론과 사상은 환경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의 보고로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끝으로 이 책은 환경에 대한 대중의 열정을 식게 한 몇 가지 원인들을 논의했고 1980년대 들어 경제호황, 레이건과 제1대 부시행정부의 환경정책, 지구환경 문제 출현 등으로 환경이 다시금 대중적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환경주의의 변화상, 지금의 환경운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저자는 사회가 미래의 환경 도전에 직면할 경우 이 책에 소개된 사상들은 지속적인 적합성을 가질 것이라 평가했다. 또 인간 생존을 위한 본질적인 요소인 자연을 보전해야 할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일깨워 위대한 사회적 목표에 기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철학자들이 제공한 생태적 지혜의 사회적 중요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증가할 것이고 앞으로 늘어나는 인구문제, 자연자원 고갈, 환경 악화 등의 해결책을 찾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저자는 확신한다.

역자 또한 이 책을 번역하면서 자연생태에 대한 깊은 철학적 통찰과 환경정책에 있어 이해와 조정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성장이라는 강박관념이 인간과 자연생태계 사이에 불균형을 초래하고 결국 인류의 평화와 자유를 속박하는 예측된 위험을 선택하게 한다”고 역자는 강조했다.

역자는 또 “무한 성장과 소비제일주의, 기술낙관주의,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철저한 성찰적 태도로 자연세계를 향한 근본 가치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우리는 땅과 물, 대기에 귀을 기울이고 동물과 야생자연환경과의 빈번한 소통을 통해서 삶의 영혼을 다시 채우기 위해 자연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며 우리들의 자연에 대한 획기적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역자 소개
옮긴이 박길용은 경북 영덕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법과대학을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1994년 ‘환경규제정책의 결정구조에 관한 연구’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Speyer 국립행정대학교 환경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으로 EU 환경정책과 독일 환경정책을 연구했다. 환경부 환경규제 개혁추진단 위원, 사전환경성검토·영향평가위원 등을 지냈고 국립환경연구원 환경연수부에서 강의를 해 왔다. 현재 세명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환경철학과 환경정책, 도시생태학을 연구해 오고 있다.

◆저자 소개
조셉 에드워드 드 스타이거(Joseph Edward de steiguer)는 애리조나 대학의 자연자원학부 자원경제학 및 정책학 전공 교수이다. 미국 산림청의 공동연구 지도교수였고 20년 동안 미국 산림청의 연구경제학자와 정책분석가로 일했다. 텍사스 A&M 대학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의 산림학과 사회과학 교수로 임용도됐고 듀크 대학의 니콜라스 환경학부의 객원 교수로 활동했다. 2001년 유달(Udall) 공공정책연구센터와 지구행성연구소로부터 유달 회원으로 임명됐다. 그는 산림과 환경에 관한 수많은 책과 논문을 썼고, 미국의 국유림계획과 관련된 정책과 법에 주안점을 두고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최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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