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배낭을 매고 떠나라

평화를 찾아 떠난 여행길에서 저자가 찾은 것은 평화가 바로 길이라는 것이었다. 여행은 만남을 주었고, 만남은 관계를 만들었고, 그 관계 속에서 사랑과 평화의 씨앗을 찾는다. 슬픔과 분노의 이라크 전쟁을 지나, 일본 젊은이들이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를 알기 위해 띄운 피스보트의 팽팽한 활력을 지나, 분쟁의 불꽃이 꺼지지 않는 나라에서 복수를 희망으로 품고 자라는 아이들을 지나, 침묵과 기도의 시간을 지나, 원수를 용서하고 화해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품을 지나온 이 책의 저자인 임영신은 말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평화의 배낭을 매고 떠나라.”

아름다운 관계 맺기

“어머니, 이 꽃을 보세요. 그 폭격 속에서도 이렇게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피어났어요. 저 폭격으로도 이 꽃이 피는 걸 멈출 수 없는 거예요. 어머니 여기 이 생명의 힘을 좀 보세요. 저 꽃에 피어난 희망을 좀 보세요.” 이 것은 위험한 이라크 여행의 길잡이를 해준 수아드의 말이다. 수아드는 전쟁과 죽음 앞에서 슬픔으로 흔들리는 저자에게 엄마가 되어 주었고, 종전 후에는 평화의 증인으로 한국에 초청돼 전쟁의 잔혹함을 증언했다. 폭격 속의 이라크를 지키며 날마다 수백 명을 치료해온 전쟁의사 쟈크 할아버지, 평화버스를 타고 파리에서 이라크까지 왔다는 밀라노 모델 출신 로드리고, 인도의 해군제독에서 평화운동가로 변신한 람다스 할아버지, 한ㆍ일ㆍ터키 공동 반전집회를 일주일 만에 준비하기 위해 이스탄불 골목을 누비며 평화단체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던 굴샷, 레바논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만난 평화의 축제, 파리 거리에 문을 연 조그만 공정무역 가게, 전쟁에 맞서는 유일한 길은 평화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 아니겠냐며 복수를 멈추고 평화지역 선포를 위해 일하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의 토토 등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눈물 짓고, 함께 웃으며, 이 책의 저자 임영신은 평화를 배운다. 그리고 사랑을 배운다.

헌책으로 만드는 평화도서관

‘평화는 나의 여행’ 출간과 함께 분쟁지역 아이들을 위한 평화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어른이 될 때까지 살 수 없을 거란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면 누군가에게 복수를 하는 것을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아이들에게 총 대신 평화의 책을 보내려고 한 것이다. 작은 평화도서관이 아이들이 몸 속 가득한 죽음의 기억을 치유하고 희망을 일구어 나갈 평화의 공간이 되길 소망하며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 첫 번째로 인도네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50년간 전쟁 속에 사는 나라 아체에 평화도서관을 만들었다. 평화가 강물처럼, (사)개척자들, 소나무, 민들레 사랑방, 유기농 녹색가게 신시가 홍대 앞 ‘걷고싶은 거리’ 주민광장에서 평화 헌책방 장터를 열고 고양 자유학교, 성미산학교, 산돌학교 아이들이 자기가 가지고 온 헌책을 팔아 평화도서관 만들기 기금을 마련했다.

*저자 소개

임영신

이 책의 저자는 참여연대와 녹색연합의 협력간사로 일하다 2000~2002년에는 ‘아름다운재단’의 모금 팀장으로 활동해왔다. 2003년에는 이라크평화팀의 일원으로 이라크에서 활동했고, 종전 후에는 전후 조사팀으로 다시 두 차례 이라크를 여행하며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고 한국에 알렸다. 이후 피스보트의 게스트로 초대받아 베트남, 인도, 스리랑카, 에리트레아, 터키, 레바논 등을 여행한다. 2005년에는 내전이 그치지 않고 있는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평화지역을 선포한 마을들을 여행하며 용서와 화해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2006년에는 1학기 동안 간디학교 아이들에게 평화수업을 했으며, 2학기에는 이 아이들과 함께 민다나오로 평화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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