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새내기인 김 모양(20)은 새학기 개강을 앞두고 마음이 무겁다. 집이 지방인 터라 대학 기숙사에 입주하려고 했으나 최근 악화된 경제상황으로 기숙사에서 생활하려는 학생들이 대거 몰려 입주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아버님의 사업실패로 대학 등록금 납부도 큰 부담이었던 김 모양은 부모님에게 당연히 학교 학생이니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안심시켰던 터라 사정이 더욱 난감했다. 한 대학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여학생 기숙사의 경우 올해 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면 어쩌면 입시보다 더 힘든 전쟁인 셈이다.

기숙사 입주에 낙방(?)한 김 모양은 대학가 주변의 하숙집으로 눈을 돌렸지만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서울의 대학가 주변이 뉴타운이나 재개발사업 대상지인 경우가 많아 한 학기 방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 중앙대학교가 위치한 흑석동은 뉴타운 지정 후 하숙비가 15만원에서 20만원 이상, 원룸, 오피스텔의 전세금은 10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 올랐다.

사정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내 대학 가운데 인근에 뉴타운이 조성되는 곳은 무려 12개 학교. 서울시립대 주변의 전농 답십리 뉴타운, 이화여대와 추계예술대 주변의 아현동 등뉴타운으로 지정되어 대학가로의 입주는 경제사정이 좋은 대학생들이나 하는 남의 얘기인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김 모양은 학교 근처는 아니지만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월 30만원짜리 방을 구했다. 김양의 다른 친구들 중에는 발품을 팔아 난방도 안 되고, 뜨거운 물도 안 나오는 곳에서 생활하거나, 2평 남짓한 작은 방에 책상과 침대만이 있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친구들도 있다며, 멀어도 그나마 방을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위안을 삼는다고 했다.

이런 대학가 주변의 주거 대란은 2월 말에서 3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입학도 하기 전에 ‘고액 등록금 납부’와 ‘입주’라는 두 번의 전쟁을 치렀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고액 등록금 납부 및 다가올 취업난만으로도 큰 짐을 지고 있는데 거기에 또 하나의 짐을 지어주고, 그에 대한 아무런 정책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혹여 대학의 낭만과 추억이 사라질까 씁쓸해진다.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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