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알려주는 자연 생태 도서의 한계
동식물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기대를 갖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분야는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 양적인 팽창에 비해 질적인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부분의 동식물 관련 책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 생물의 이름만을 나열하고 있다. 독자들은 이런 책들을 보며 마치 영어 단어를 외우듯 이름을 암기한다. 여기서 한 발짝 나아간 책도 있지만 이름의 유래와 얽힌 전설을 추가한 게 전부이다. 더 이상 어제 나온 새 책과 오늘 나온 새 책이 다르지 않다. 때문에 이 분야의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커지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제 독자들은 새로운 내용을 원하고 있다. 바로 그 새로운 지점이 동식물의 다양한 생태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사계절 내내 변화하는 동식물의 생태가 고스란히 담긴 생태 도감
이 책을 쓰고 그린 모리구치 미쓰루는 16년 동안 잡목림으로 둘러싸인 한 중학교에서 생물 교사로 일했다. 날마다 숲을 걸으며 학교를 오갈 때마다 낙엽을 줍고, 떨어진 열매를 모으고, 흩어져 있는 동물들의 뼈를 유심히 관찰했다. 어떻게 번식하는지, 무얼 먹는지, 다른 생물과는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해 가는지, 주변 환경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그 생태를 지켜보며 하나하나 그림으로 옮겼다. 따라서 동식물의 생태에 대해 궁금해 하던 우리 독자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책이다. 우리가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가지면 모든 생명은 보물이 된다. ‘사계절 생태 도감’과 함께 자연 속을 거닐며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기대해 본다.

자연의 사계절을 모두 담은 ‘필드 도감’
자연 속에는 보석처럼 빛나는 거위벌레, 열매처럼 생긴 벌레혹, 토마토처럼 생긴 감자 열매 등 신기한 보물들이 잔뜩 있다. ‘사계절 생태 도감’에는 곤충과 식물을 비롯해 새, 포유동물, 절지동물, 파충류, 균류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모든 것이 담겨져 있다. 땅에 떨어져있는 곤충 조각, 동물의 똥, 새가 먹다 남긴 열매와 같이 사소한 것까지 소중하게 담아놓은 이 책을 통해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다시 새길 수 있을 것이다. 자연 관찰은 봄과 여름에만 하는 걸까? 대부분의 자연 관찰 책들은 주로 봄과 여름만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장을 나누어 사계절을 모두 담았다. 꽃과 열매뿐만 아니라 온갖 색깔로 물들어가는 나뭇잎, 내년 봄을 준비하는 겨울눈, 벌이 자취를 감춘 텅 빈 벌집, 눈 위에 찍힌 동물들의 발자국 등 가을과 겨울의 모습까지 모두 담았다. 또한 자연 생태에 관한 책들은 주로 식물과 곤충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책은 식물과 곤충은 물론 포유동물, 절지동물, 균류, 파충류, 조류를 비롯해 자연의 모든 것을 담아냈다. ‘사계절 생태 도감’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넓고 깊은 눈을 갖게 될 것이다.

비슷한 생물을 한자리에 모아 비교
강아지풀은 종류가 다양하다. 이걸 구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참나무과의 나무들은 잎도, 열매도 비슷하다. 이 책은 생김새가 비슷한 식물과 곤충을 한 곳에 모아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놓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어려운 용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역자들이 내용을 보완했다. 또한 번역 과정에서 환경 전문기자였던 김해창과, 조류 전문가로 알려진 박중록의 경험과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두 사람은 지금도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번역을 위해 생물학 용어와 생물명은 김태우 박사(국립생물자원관)와 현진오(동북아식물연구소) 박사의 도움을 받아 정확하게 표기했다. 그리고 만일에 있을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참고문헌과 일본어 표기를 밝혀 놓았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놀라운 마이크로 세계
도토리 꽃은 화려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너무 작아 육안으로 볼 수 없다. 또한 1mm도 되지 않은 나비 알이나 눈꼽만 한 바구미는 아예 눈에 띄지도 않는다. 모리구치 미쓰루는 오랜 시간 인내심을 가지고 이 작은 생명들을 바라보며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렸다. 독자들은 놀라운 마이크로 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자연을 가까이하고 생명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모리구치 미쓰루는 생명 존중의 당위성을 강조하지도, 과학적 원리를 설명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가로등 아래 어지럽게 떨어져 있는 곤충들의 날개 조각을 줍고, 숲을 걸으며 버려진 동물들의 뼛조각을 유심히 살펴보는 모리구치 미쓰루의 뒷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진지하고 따뜻한 시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소개

모리구치 미쓰루

1962년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다. 1985년부터 2000년까지 중고등학교에서 생물을 가르쳤다. 그동안 ‘우리가 사체를 줍는 이유’, ‘흙을 이용해 살아가는 것들’, ‘바퀴벌레는 억울해’ 들을 쓰고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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