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모성애과 부성애,
생명의 경이를 오롯이 담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만나다!


야생의 생태계도 사람이 사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때때로 삶의 기본을 잊곤 하는 우리에게 어찌 보면 자연보다 더 훌륭한 스승은 없다. 자연은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알려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경우에도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또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가족을 지켜내며 자신의 새끼를 정성으로 보살피고 키워내는 동물들의 모습은 자못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책의 저자 신동만 피디는 연어 등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는 동물들의 생태를 그린 ‘집단의 힘’, 동갈돔, 물꿩 등 수컷들의 남다른 부성애를 다룬 ‘야생의 반쪽, 수컷’ 등 늘 새로운 주제와 형식을 시도하며 한국 자연 다큐멘터리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자연 다큐멘터리 전문 피디’이다. 14년째 야생의 거친 현장을 누비며 숱한 동물들의 생태를 관찰해온 그는 새 생명을 잉태하고 또 낳아서, 사랑으로 키우는 모습만큼 감동적인 순간은 없다고 말한다. 그가 2009년 새해를 맞아 TV 전파를 통해 우리에게 선보인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뿔논병아리의 선물’이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뿔논병아리들의 놀라운 생태의 비밀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는 어미 새와 아비 새의 눈물겨운 사랑과 감동적인 일화를 그대로 보여줬다. 그리고 저자는 다큐멘터리의 영상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었던 감동을 다시 한 권의 책으로 풀어냈다.

단순한 ‘생태보고서’를 뛰어넘은 자연 다큐멘터리와 동화의 행복한 만남

이 책은 뿔논병아리들의 독특한 구애 춤(하트 춤)과 번식 생활, 수중 활동, 비행 연습 등 저자가 직접 1년여 동안 야생에서 관찰한 뿔논병아리의 생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뿔논병아리가 살아가는 생태를 충실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다. 저자는 뿔논병아리의 놀라운 생태에 숨겨진 비밀을 보다 생생히 전하고자 ‘다큐와 동화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차용한다. 수십 컷의 사진 자료와 그에 따른 설명만으로 뿔논병아리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우애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이 책은 단순한 ‘생태보고서’를 뛰어넘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관찰한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해 뿔논병아리 가족의 일화를 마치 한 편의 동화처럼 그려냄으로써, 그 자신이 자연 속에서 직접 보고 느낀 감동과 가르침을 더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전해준다. 살아가는 일이 힘겨울수록, 가족만큼 큰 힘이 되어주는 것은 없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우리 곁을 지켜주는 이가 가족이다. 그러나 일상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그 묵묵한 사랑을 소홀히 하기 쉽다. 이 책의 주인공 뿔논병아리 가족의 이야기는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날마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허둥대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온가족이 함께 읽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본다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뿔논병아리의 선물’이다.

인간을 닮은 어미 새와 아비 새의 눈물겨운 희생과 사랑

보통 자연에서는 새끼를 직접 낳아 기르는 젖먹이동물이 모성애가 가장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외에도 모성애와 부성애가 유독 강한 동물들이 여럿 있다. 가시고기는 수컷이 암컷을 유인해 알을 낳게 하는데 수컷은 암컷이 알을 낳고 죽으면 먹이도 안 먹고 알들을 지키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새끼 가시고기들은 죽은 아비의 몸을 먹고 자란다. 뿔논병아리의 모성애와 부성애도 이들 못지않다. 오히려 인간의 사랑과 행동을 닮았기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온다. 새끼를 업어 키우고, 자신의 깃털을 뽑아 새끼에게 먹여주는 뿔논병아리들의 헌신적인 사랑은 기이하게도 허리 펼 새 없이 집안일을 하면서도 어부바를 해주던 어머니, 생선 가시를 하나하나 발라 숟가락 위에 놓아주던 아버지의 모습과 어렴풋이 교차된다.

우리가 몰랐던 뿔논병아리들의 놀라운 생태의 비밀

뿔논병아리들은 암수가 만나 구애를 할 때 사랑의 하트 춤(암컷과 수컷이 부리를 맞대면 신기하게 하트 모양이 나온다)을 춰 ‘물 위의 춤꾼’으로 불린다. 뿔논병아리들이 부리와 부리를 맞대고 춤을 출 때면 마치 고귀한 의식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우는 법인데 뿔논병아리 새끼들도 먹이 잡는 법이나 비행하는 법을 배울 때면 서로 격려하며 사랑의 하트 춤을 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태어날 때, 어미와 아비의 사랑을 받고 태어난 것을 암시하듯 이마에 붉은색 하트 무늬가 가지고 있다. 뿔논병아리들은 젖먹이동물이 아님에도 어린 새끼를 등에 업어서 키운다. 새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해 홀로 헤엄을 칠 수 있게 되더라도 비바람이 치는 날에 어미와 아비의 등은 새끼들에게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준다. 뿔논병아리들은 두 번에 걸쳐 번식을 하는데 먼저 태어난 새끼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어린 동생들을 등에 태우고 돌봐준다. 뿔논병아리들은 ‘공동 양육’의 훌륭한 모범이기도 하다. 뿔논병아리 어미와 아비는 늘 서로 도우며 새끼들을 키운다. 어미가 먹이를 잡으러 나가면 아비가 새끼들을 업어주고, 아비가 먹이를 잡으러 나가면 여지없이 어미가 새끼들을 돌봐준다. 알도 서로 교대하며 함께 품는다. 뿔논병아리들은 작은 물고기를 먹고 사는데 새끼들이 먹이를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자신의 깃털을 뽑아 새끼에게 먹인다. 보통 맹금류가 쥐나 새를 잡아먹고 소화되지 않고 남은 덩어리, 곧 펠릿을 뱉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어미가 자신의 깃털을 뽑아 새끼에게 먹이지는 않는다. 물 위에서 살아가는 새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깃털을 뽑아 새끼에게 주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식을 향한 부모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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