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녹색성장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요즘‘환경’이 대세인 것은 사실이다. 기후변화나 온실가스, 신재생에너지 등이 예전에 비해 우리네 일상에 화두로 공공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은 환영받을 일이지만 때로는 굳이 녹색을 들먹이는 탓에 실망하는 경우도 그만큼 많다.

최근 너도나도 경쟁하듯 쏟아지는 각종 녹색 상품들을 접하는 것이 일상이 돼 버렸다. 마치 ‘녹색’만 갖다 붙이면 프리미엄이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의 기대효과를 노린 듯 하다. 이 같은 녹색 바람은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제1금융권들에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녹색 상품들을 출시하고 있다. 대부분 ‘지구온난화 위기에 처한 지구를 살리고’, ‘녹색 성장에 도움이 되기 위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극히 친환경적인 취지는 별로 찾아 보기가 힘들다. 중소기업의 태양광사업을 지원하는 대부분의 상품들은 정부의 지원 압력에 울며 겨자 먹기로 구색 맞추기식 상품 출시에만 충실했을 뿐 ‘미래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에너지 사업 전망에 대한 진정한 기대의 발로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한 중소기업가는 “대기업에만 유리하지 개인사업자들이 해당 대출을 받기는 무척 어렵다”며 보여지는 것과 실제가 전혀 딴판인 현실을 꼬집었다. 사업자금이 절실한 중소사업자들은 자신들을 위한 대출상품이라면서 정작 한없이 높기만 한 은행의 문턱 앞에서 더 큰 좌절과 상처를 받고 있다.

이러한 일은 비단 사업자들뿐만 아니다. 모 은행에 녹색 예금 상품을 문의하러 갔던 한 여성은 홍보와는 다른 상품의 성격에 실망하고 말았다. 상품소개에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자전거를 이용하고 그러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등의 친환경 실천을 하면 금리를 추가로 얹어준다고 돼 있으나 자전거니 탄소절감이니 하는 문구는 상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체중감량만 하면 되는 단순한 다이어트 상품에다 그마저도 저금리를 이유로 상품 가입만 하면 무조건 약속했던 금리를 적용해 주고 있어 기대했던 친환경적인 참여는 온데간데없었다.

돈이 필요한 중소 사업가도, 환경에 동참해 보려 했던 예금자도 실체 없는 녹색 상품에 허탕치고 상처받기 일쑤지만 속상하기는 자꾸만 애꿎게 남용되기 십상인 죄 없는 ‘녹색’만 하랴 싶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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